지난 ‘나’ 성찰하고, 새로운 ‘나’로 바꿀 때[김헌·김월회의 고전 매트릭스]
■ 공자 ‘논어’
‘온고이지신’이란 새것 마주할때 예부터 검증돼온 이치 익히란 뜻
묵은 것과 새것 자양분 삼아 ‘일신우일신’하길
어느덧 12월 29일이다. 365일짜리 2023년의 시효가 이틀 남았다. 묵은 2023년을 보내고 신상품 같은 2024년을 맞이할 때다. 그야말로 송구영신의 시간이다.
송구영신은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함으로써 우리는 한 살이라는 나이를 더 먹는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보내는 것과 맞이하는 것에 주목한다. 2023년이라는 ‘구(舊)’에, 2024년이라는 ‘신(新)’에 시선이 맺힌다. 하여 다가오는 새해는 청룡의 해이고, 청룡의 덕은 어떠어떠하다는 말들이 풍성하게 운위된다.
덕분에 ‘보내다(送)’와 ‘맞이하다(迎)’는 구와 신의 들러리가 되고 만다. 그런데 송구영신의 시간을 보내며 한 번쯤 시선을 ‘보내다’와 ‘맞이하다’라는 동사로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묵은 것을 보낸다고 함은 과연 어떠한 활동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고 함은 또 어떠한 활동인가를 짚어보자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공자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논어)이란 언급을 참조할 만하다.
흔히 온고지신의 형태로 쓰이는 이 성어는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것을 알아간다”(국립국어대사전)는 뜻이다. 이 말에도 동사가 두 개 쓰였다. ‘익히다’로 번역된 ‘온(溫)’과 ‘알아가다’로 번역된 ‘지(知)’가 그것이다. 본래 ‘온’은 복습, 곧 다시 익힌다는 행위를, ‘지’는 따져서 알아가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온고지신은 새것을 따져 알아가려면 옛것을 다시 익히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새것을 마주할 때면 무릇 이렇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권유였다.
공자는 이처럼 옛것과 새것을 다시 익히고 따져 알아간다는 동사로 연결하여 사유하였다. 그런데 공자는 다시 익힘의 대상인 옛것을 ‘고(古)’가 아니라 ‘고(故)’를 썼다. ‘고(古)’는 과거나 옛것을 가리키고 주로 오늘, 오늘의 것을 뜻하는 ‘금(今)’과 짝을 이룬다. 이에 비해 ‘고(故)’는 옛것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예로부터 검증되어온 원리”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래서 공자가 다시 익힘의 대상으로 ‘고(古)’가 아닌 ‘고(故)’를 쓴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古)’가 ‘신(新)’과 짝이 되기에는 어색하기에 그렇게 했을 수도 있지만, 다시 익힘의 대상이 옛것이 아니라 예로부터 검증되어온 이치임을 환기하기 위해 그렇게 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온고지신은 단지 옛것 자체를 다시 익힘이 아니라 살아온 날들을 통해 검증된 이치를 다시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새것을 알아간다는 뜻이 된다.
송구영신의 보낸다와 맞이한다는 것도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그저 때가 되었기에 묵은해를 흘려보냄도 아니고, 가만히 있어도 다가오기에 새해와 만나게 됨도 아니라는 얘기다. 보낸다는 것은 적어도 다시 익히는 활동인 것이고, 맞이한다는 것은 따져 알아가는 활동인 것이다. 그렇게 다시 익히고 따져 알아감 속에서 묵은 것과 새것의 자양분을 나의 자산으로 획득하게 된다.
게다가 송구영신의 묘미는 그저 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맞이하면서 보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냥 아쉽거나 허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게 된다. 또 그저 맞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묵은 것을 보내면서 맞이한다. 하여 마냥 설레거나 기대되기만 한 것은 아니게 된다. 보냄과 맞이함이란 행위를 병행함으로써 보내고 맞이하는 일이 성찰하고 기획하는 일이 될 수 있음이다. 그렇게 성찰하고 기획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또 삶을 바꾸어나갈 수 있게 된다.
송구영신은 이렇게 ‘바꾸어가는’ 활동의 다른 표현이다. 과거로 보내는 것은 단지 묵은해만이 아니라 바꾸어가야 할 낡은 ‘나’이며, 새로 맞이하는 것은 그저 새해만이 아니라 바꿈을 통하여 새롭게 된 ‘나’이다. 2024년 새해 내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기를 기원한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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