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성 “‘서울의 봄’ 천만 돌파, 뿌듯하지만 고민도 커졌죠”[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12. 2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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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의성, 사진제공|안컴퍼니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누적관객수 ‘1000만’의 문턱을 넘어섰다. ‘범죄도시3’ 이후 올해 두번째 천만영화 탄생이다.

배우 김의성도 온기를 느끼는 요즘이다. 극 중 국방부 장관 오국상 역을 맡아 살벌한 연기의 신들 사이에서 블랙 코미디를 빚어내며 영화의 숨 쉴 구멍을 냈다. ‘천만 영화’라는 위업을 달성한 것만큼 기분이 좋으면서도 책임감을 더 막중하게 갖게 된다고 고백했따.

“참여한 영화가 엄청난 사랑을 받고 기록적인 결과까지 가져오게 되어서 기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한국영화계가 많이 어려운 상황인데 다시 일어나게 되길 바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처음엔 대중적으로 이렇게 특별한 반응을 이끌어낼 거로 생각하진 못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는데요. 뿌듯하면서도 나름 고민이 커졌어요. 산업이 원활해지려면 큰 영화들이 일단 잘 되어야 하거든요. 영화를 잘 만들면야 관객들이 움직이겠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까요. 어쨌든 11월 비수기에 멋진 성과를 냈고, 뒤에 대단한 영화들이 쭉 이어지니 이런 큰 동력들로 영화계를 한번 움직여줄 수 있지 않나 기대해봅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외계+인’ 2부 등 뒤에 나오는 영화들도 정말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하고요.”

김의성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영화와 배우 인생 전반적인 것에 대해 솔직하고 위트 있게 풀어냈다.

배우 김의성, 사진제공|안컴퍼니



■“김성수 감독과 30년지기, 인격적이면서도 집요한 사람”

이번 작업을 함께한 김성수 감독과는 30년지기다. 영화계에 들어서면서 ‘형·동생’한지 오래됐는데도, 아직까지 말을 놓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계속 제게 존댓말을 쓰는 것 뿐만 아니라 현장 막내 ㅅ태프에게까지 존댓말을 쓰는 사람이에요. 옛날엔 진짜 엄격했다던데, 지금도 그 집요함은 남아있는 것 같고요. 모든 사람을 똑같이 존중하는 인격을 갖추면서도 영화에 대한 열정,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이상한 인물이 탄생한 것 같아요. 하하. 제겐 조금 특별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이번 작품도 훌륭한 시나리오에 재밌는 배역이라 출연했는데, 앞으로도 김성수 감독이 하자고 하면 무슨 역이든 할 것 같아요.”

영화 ‘서울의 봄’ 속 김의성,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국방부 장관이지만 영화속에선 홀로 군복을 입지 않은 채 계속 도망다니기만 한다. 군인들 사이에서 외롭지 않았냐고 묻자 장난기 가득한 눈동자를 빙글 돌린다.

“저야말로 양쪽 진영의 벙커에 다 들어가본 사람인 걸요. 진압군 벙커에 있었지만 나중엔 반란군 벙커에도 잡혀가니까요. 제가 가니까 반란군 벙커 배우들이 ‘장관님 왜 이제 오셨습니까’라고 반가워하더라고요. 재밌는 건 각 진영 벙커 배우들끼리 밥도 따로 먹던데요. 한번은 진압군 회식에 반란군 배우가 하나 왔는데 ‘넌 왜 왔느냐. 이 반역자야’라고 엄청 욕 먹었어요. 하지만 전 양쪽 진영 회식에 다 갈 수 있었죠.”

무대인사도 인상적인 나날의 연속이었다.

“객석이 그렇께까지 꽉 차 있는 걸 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감동이었고요. 관객들이 좋아하는 걸 넘어서서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느낌이라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또 사랑하는 배우 정우성에겐 첫 천만 영화라 그 모습을 보는 것도 기뻤고요. 정우성은 무대 인사 한번을 빠지지 않고 관객들과 만나서 사진도 찍는데, 여러모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배우 김의성, 사진제공|안컴퍼니



■“롤모델? 김해숙처럼 되고 싶어요”

‘서울의 봄’을 보내면 곧 ‘외계+인’ 2부를 맞이한다. 그는 한 해를 ‘서울의 봄’으로 닫고, 내년을 ‘외계+인’ 2부로 열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지난해엔 우리가 좋아한 만큼 ‘외계+인’ 1부가 흥행 실패해서 굉장히 속상했어요. 진짜 재밌게 찍었고 결과물도 사랑했는데 많이들 좋아해주지 않아서 억울했고 인정받고 싶었거든요. 출연한 배우들 다 그랬고요. 그래서 이번 2부는 좋은 끝맺음을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영화가 다 잘됐으면 좋겠지만 특히나 ‘외계+인’ 2부가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하하.”

최근엔 그에게 큰 변화도 있었다. 기존 소속사에서 나와 매니지먼트 안컴퍼니를 직접 설립하며 기업 운영에도 나선 것이다.

배우 김의성, 사진제공|안컴퍼니



“어렵고 스트레스도 많아요. 입장이 바뀌니까 ‘소속 배우들 좋은 작품 줘야하는데 어쩌지’란 생각을 늘 달고 살아요. 대표로서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배우로서도 일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가장이 된 느낌이랄까요?”

직원들의 월급날만 되면 ‘작품을 더 열심히 많이 해야겠다’는 각오도 든다고. 나이가 들어가도 입지가 흔들리지 않고 싶다는 고민도 커졌다. 그런 면에서 ‘배우 김해숙’이 그의 롤모델이라고도 덧붙였다.

“김해숙이란 사람에 대해 말하자면 제가 존경하고 롤모델 삼고 싶은 배우에요. 아직도 젊은 감독들이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그 나이 대 몇 안 되는 배우거든요. 그건 감독과 같이 공부하려고 하고 현장에서도 좋은 팀워크를 유지하려고 젊은 배우들과 소통하려고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나이들었다고 대접받고 싶어하고 감독 말 안 들은 채 제멋대로 하면 누가 같이 일하고 싶겠어요? 필요한 배우가 되기보단,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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