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력 꽃 필 무렵...'포털 길들이기' 한파

안희정 기자 2023. 12. 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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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D리서치-2024 전망 ⑰플랫폼] 정치권 규제와 압박에 몸살

(지디넷코리아=안희정 기자)올해 플랫폼 업계는 유독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네이버·카카오가 각각 사우디아라비아와 기술 협력을 하거나 투자를 받는 등 해외에서 인정받으며 활동 무대를 해외로 넓히려 했으나, 정부가 플랫폼 사전 규제 법안을 적극 추진하면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가 내세웠던 자율규제 기조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온데간데 없고, 더 큰 시련이 곧 불어닥칠 것 같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해외 기업들과의 기술 경쟁에 집중해도 모자를 시기, 정부 규제와 씨름을 해야 한다는 과제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뉴스에 민감한 정치권의 눈이 네이버와 카카오(다음)에 쏠릴 것이 분명해 '플랫폼 길들이기' 정책 방향에도 플랫폼이 긴장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AI 시대 활짝…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로 선두 잡는다

네이버는 지난 8월 초거대 인공지능(AI)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한국어 특화 서비스를 공개했다. 오픈AI의 챗GPT가 전 세계를 사로잡은 가운데, 한국어를 제일 잘 알고 이해하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네이버 사용자들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이나 창작자들을 도울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네이버는 생성형 AI 시대가 도래한 이후 하이퍼클로바X가 회사의 핵심 역량을 확장하고 강화하는 중요한 기회라고 확신한다. 앞으로도 AI 기반의 기술과 검색 고도화, 핵심 앱 경쟁력 강화, 맞춤형 AI 솔루션 제공 등 생성형 AI 기반을 통한 새로운 경험 제공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뿐만 아니라 대화형 AI 서비스인 클로바X, 검색 서비스 큐도 선보였다. 사업이나 업무 사용에 서비스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실제 이용자들이 일상에서 검색과 쇼핑에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사용성을 제공해 일상에 스며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밖에 네이버는 다른 국내 플랫폼과 협력해 하이퍼클로바X 생태계를 확장시킬 계획도 분명히 했다. B2B 모델을 수익화하면서 서비스 검증을 이어 나가고, 꾸준히 이용자를 확보해 네이버 AI 경쟁력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최근 뉴로클라우드가 상용화됐고, 클로바스튜디오는 현재 1천여개 기업이 사용 중인 만큼 영향력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네이버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사업 협력도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는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한 AI나 로봇, 클라우드 기술을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디지털트윈 프로젝트 플랫폼 구축 사업을 통해 확인했다. 회사는 사우디를 넘어 이러한 기술이 전 세계로 수출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승자의 저주?…시계 멈춘 카카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11조가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조2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이는 국내 콘텐츠 기업이 받은 해외 투자 유치 사례 중 가장 큰 규모에 해당한다. 당시 회사 측은 K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 투자 받았고, 투자금으로 글로벌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투자금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데 쓰였지만,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시세조종 의혹으로 현재 카카오는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의 자체 생성 AI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올해 안에 '코GPT 2.0(가칭)'을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사법 리스크가 커져 당장 새 서비스를 공개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코GPT 2.0은 카카오가 2021년 선보인 AI 모델 코GPT를 업그레이드한 버전으로, 카카오톡에 연동되는 AI 서비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문과 예약, 상담, 결제에 연계되고,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카카오가 집중하는 것은 쇄신 작업이다. 먼저 카카오는 관계사의 준법과 윤리 경영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감시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만들고 지난 11일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장은 김소영 전 대법관이 맡았다. 준신위는 독립적인 활동으로 운영되며 매월 1회 회의가 진행된다. 관계사가 준법 의무를 위반할 경우 조사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매주 비상경영회의도 열린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공동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직원들과 직접 만나 사명까지 바꿀 각오로 회사를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대표도 바뀐다. 카카오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 내정자로 정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나가겠다고 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2023년 3월 카카오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해 카카오의 사업/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왔다. 지난 9월부터는 역할을 확대해 CA협의체 내 사업 부문 총괄을 맡고 있으며, 현재는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쇄신의 방향성 논의에 참여 중이다. 앞으로 내정자 신분으로서 쇄신TF장을 맡아 카카오의 실질적인 쇄신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과제들을 챙길 예정이다.

정신아 카카오 신임 단독대표 내정자

총선 앞두고 '플랫폼 길들이기' 재연되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플랫폼 반칙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했다.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자사우대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불공정 행위들을 근절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대선과 총선 등 선거를 앞두고 플랫폼을 압박하는 경향이 유독 두드러졌다. 지난 정부에서는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플랫폼 규제 법안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내놓았으며, 이번에는 공정위를 중심으로 플랫폼법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의사당

이미 올해 초부터 여당은 뉴스 알고리즘 공평성을 의심하며 뉴스 서비스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네이버는 정치권에서 실시간 검색어 부활이라는 오해를 받으며 시범 운영해 오던 '트렌드 토픽' 서비스를 종료했다. AI가 추천하는 주제를 키워드로 보여주고, 이와 관련 콘텐츠를 랜덤으로 공유하도록 한 서비스이지만 사실상 실검과 같은 서비스라는 공격을 이기지는 못했다. 

뉴스 대댓글 서비스를 개선하려고 했다가 철회한 적도 있다. 지난 11월 네이버는 뉴스서 특정 답글에 대한 답글도 가능하게 한 '뉴스 댓글 내 인용답글 작성기능' 도입으로 이용자 소통을 활발하게 할 수 있게 하려 했으나, 정치 기사에서 댓글 갈등이 이뤄질 것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아지며 서비스 운영 닷새 만에 중단했다.

카카오는 다음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응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 조작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남자 축구 8강전으로 한중전이 열렸는데, 다음에서 중국을 더 응원하는 클릭이 많자 정치권에서는 조작 세력들이 개입해 여론 조작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시 카카오는 중국 여론 개입이 아닌, 해외에서 잡힌 IP가 메크로프로그램을 사용해 클릭 수를 높였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서비스는 종료시켰다.

다음 언론사 판

내년에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운영하는 뉴스 관련 서비스 정책 변화는 조심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뉴스 검색 기본값을 제휴 매체로 설정해 뭇매를 맞은 카카오는 다음 첫 화면에 언론사 탭을 신설했다. 모바일 다음 첫 화면에 언론사 탭이 배치됐고, 이용자가 구독하는 언론사 뉴스만 볼 수 있게 변경됐다. 

네이버는 당장 뉴스 서비스 개편을 진행할 계획은 없지만, 내년 1분기 발표를 계획으로 뉴스 알고리즘 공정성 강화, 가짜 뉴스 대응 등 뉴스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계획을 마련중이다.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네이버 뉴스 서비스 혁신준비포럼을 꾸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AI를 중심으로 기술과 콘텐츠, 커머스, 헬스케어 등 다양한 신사업에 힘입어 플랫폼 기업들의 전망은 어둡지만은 않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플랫폼법을 필두로 앞으로 나아가야할 국내 기업들이 규제에서 벗어난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와 맞서 싸울 수 있는 토종플랫폼이 없다면 우리 시장은 누가 지켜낼 것인가"라며 "호시탐탐 글로벌 빅테크들이 노리고 있는 디지털 경제전쟁터에서 내국시장만 보고 과도한 규제정책을 만드는 것은 소탐대실이자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희정 기자(hja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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