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브라이턴에 감명→정효볼 ‘업그레이드’ 예고…이정효 “벌써 기대돼, 더 미친 듯이 해봐야죠”[송년특집]
[스포츠서울 | 런던=박준범기자] “보고 느낀 걸 주체하지 못하겠다. 혼자 감명받고 흥분하고 그랬다. 더 미친 듯이 하겠다.”
광주FC 이정효 감독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런던에 입국해 2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15일 브라이턴(잉글랜드)과 마르세유(프랑스)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17일 아스널(잉글랜드)과 브라이턴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지켜봤다.
유럽에서 경기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란다. 광주 박원교 분석 코치가 동행했다. 딸도 함께했다. 이 감독과 박 코치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내년 시즌 구상에 대해서도 긴밀하게 소통했다.
◇아스널·브라이턴, 감명 또 감명 “보고 느낀 걸 주체 못하겠더라”
런던에서 만난 이 감독은 평소에도 브라이턴,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경기를 유심히 지켜본다고 한다. 각각 로베르토 데 제르비, 미켈 아르테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를 눈여겨봐 왔다. 맨시티 경기는 일정이 맞지 않아 보지 못했지만 브라이턴과 아스널의 경기는 가까이서 보는 데 성공했다.
이 감독은 “우리가 하는 축구가 잘 가고 있는지, 또 더 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라며 “확실히 업그레이드할 방법은 알았다. 선수 수준이나 실력 차이는 있다. 다만 우리가 브라이턴, 아스널과 경기를 할 건 아니다. 선수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게 존재했다. TV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엔 차이가 있더라”고 돌아봤다.
이 감독은 한참을 아스널과 브라이턴 이야기에 몰두했다. 다른 질문을 해도 결국은 두 팀의 축구에 관한 것이었다. 이 감독은 “어떻게 움직이고 빌드업하는지, 공간을 창출하는지 봤다. 선택의 차이인 것 같은데, 공과 (선수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다”라며 “아스널은 공격을 잘하는 팀으로 알고 있는데 수비를 진짜 잘하더라. 기본적으로 수비를 하지 못하면 경기에 뛰지 못할 것 같다. 데 제르비 브라이턴 감독이 선수에게 소리를 지르는 걸 봤다. 왜 답답해하는지를 알겠더라”라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직접) 보고 느낀 걸 주체하지 못하겠다. 설레면서 긴장도 됐다. 혼자 감명받고 흥분하고 그랬다. 경기장은 또 어마어마하더라”라고 박장대소했다.
◇정효볼 ‘업그레이드’ 예고, “나도 벌써 흥미롭고기대돼”
직접 느낀 것을 선수에게 전달, 습득하게 하고 경기장에서 표현하게 하는 건 또다른 문제다. 이 감독은 “큰 틀은 갖춰져 있다. 작은 것 하나하나를 제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고 웃은 뒤 “나도 궁금하다. 어떻게 훈련하고 전술적으로 입힐지 흥미롭다. 빨리 동계 훈련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선수도 내가 또 어떤 과제를 줄지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은 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어떻게 경기장에서 구현시킬까에 대한 해답인 셈이다. 이 감독은 “훈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 훈련이 돼 있어야 한다. 갑자기 되는 건 없다”라며 “감독이 팀을 운영하는 데 어떤 선수보다 축구를 잘 알아야 한다. 본질은 결국 축구다. 선수가 질문할 때 답을 줄 정도가 돼야 한다. 시행착오를 겪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지난시즌 광주는 ‘돌풍’을 넘어 K리그1을 뒤흔들어놨다. 승격팀 자격이었는데 어떤 팀을 만나도 위협적인 축구를 선보였다. 광주가 과정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다. 광주는 구단 통산 K리그1 역대 최고 순위(3위)와 승수(16승)를 거뒀다. 여기에 처음으로 아시아 무대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광주는 3위 자격으로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로 향한다.
더욱이 광주가 승승장구하면서 수비 라인을 내려서는 상대 팀이 늘었다. 이 감독은 이 역시 집중적으로 관찰하며 ‘해법’ 찾기에 몰두했다. “(수비가 내려설 때 공략법을) 많이 생각하고 영국에 왔다”라고 입을 연 이 감독은 “아스널도 브라이턴도 맨시티도 내려서는 상대을 대비하고 공격을 하는 것 같다. 짜인 전술대로 팀으로 움직인다. 또 장신 스트라이커가 있으면 주변 선수에게 공간이나 기회가 생기기 마련이다. 투톱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새 아이디어를 언급했다.
◇광주 ‘최장기’ 3년 재계약…“못 하면 욕먹어, 더 미친 듯이 하겠다”
무엇보다 김 감독은 지난시즌 성적을 인정받아 2027년까지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애초 이 감독과 광주의 계약기간은 2024년까지다. 구단 창단 후 최장기 계약이다. 그만큼 이 감독을 향한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축구 관계자 역시 광주와 이 감독이 차기 시즌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해 한다.
이 감독은 “사실 (재계약에) 큰 감흥은 없다. 계약을 연장했어도 성적이 안 나오면 (팀을) 나가야 한다. 위대한 업적은 모두 끝이 있고, 결국 없어지는 것 아니겠느냐. 다만 나는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끝도 없다. 배움에 대한 열망과 갈망이 커서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광주에 대한 기대와 위상이 높아진 건 맞다. 더 미친 듯이 할 것이다. 나도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광주의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이 감독은 잠시 고민한 뒤 입을 열었다. “(내년에는) 실점을 더 줄여야 한다. 수비 축구를 하겠다. 내려서는 경기는 하지 않겠다고 써달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더니 “항상 공격축구다.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하게 하기보다 우리가 잘하는 것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게 틀이다. 내년에도 천천히 레벨업하는 게 관건”이라고 힘줘 말했다.
◇화제 몰고 다닌 거침없는 ‘발언’ “내가 희생해 K리그 흥행에 도움 된다면…”
이 감독은 축구 외에도 거침없는 발언으로 화제에 여러 차례 올랐다. 여지껏 K리그에 존재하지 않던 캐릭터라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수위 높은 발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 감독 역시 알고 있다.
그는 “나도 한 팀의 감독이다. (누군가가) 싸움을 걸어오면 싸워야 한다. 내년에는 선배가 더 많더라. 승부에 선·후배가 어디 있나. 대구FC 최원권 감독이 가장 어린데, 내가 시비 걸면 싸워도 된다. 다만 선배가 후배와 싸우면 손해긴 하다. 아직 내가 유리한 면이 있다”라고 웃었다. 이어 “내가 욕을 먹어서 K리그가 흥행한다면 괜찮다. 대신 잘해야 한다. (지난시즌에) 3위를 달성하지 못했으면 욕을 많이 먹었을 것이다. 천만다행”이라고 방싯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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