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되려면

진혜윤 한남대학교 회화과 조교수 2023. 12.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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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전시가 추진 중인 새로운 미술관과 공연장, 그리고 복합 문화 공간 설립 계획은 지역에 커다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미술관의 경우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이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세워졌고, 이미 그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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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혜윤 한남대학교 회화과 조교수

현재 대전시가 추진 중인 새로운 미술관과 공연장, 그리고 복합 문화 공간 설립 계획은 지역에 커다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미술관의 경우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이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세워졌고, 이미 그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공간이 더해진다면 어떤 역할을 추가로 부여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물리적인 환경 개선을 위한 공간 확충이 목적이 아니라면 충분한 분석과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 이때 세계적인 명성의 미술관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미국 뉴욕시의 모건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Morgan Library and Museum)과 프릭컬렉션(Frick Collection)이 유용한 선례 연구가 될 수 있겠다.

두 미술관은 20세기 초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대부호들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건립된 미술관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우선 모건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은 이른바 금융 황제로 알려진 J.P. 모건(John Pierpont Morgan, 1837-1913)이 1890년경부터 살아생전 수집한 희귀 초판본, 회화, 조각 등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히든 스팟이다. 뉴요커들 사이에서도 드물게 알려진 이곳은 예술애호가였던 그가 개인 도서관으로 사용하던 공간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1년만인 1924년 그의 둘째 아들인 J.P. 모건 주니어가 확장 개축해 시민들에게 공공기관으로 개방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J.P. 모건의 유품 중에서 절반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모건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기증됐고, 절반 가량이 지금의 자리에 보관 중이다. 구텐베르크 성경 원본(1455)에서부터 셰익스피어의 육필 원고와 20세기 최고의 아동문학으로 손꼽히는 베아트릭스 포터의 베스트셀러 '피터래빗'의 오리지널 삽화, 렘브란트의 판화 연작과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컴바인 페인팅, 그리고 모차르트, 슈베르트, 쇼팽 등 서양 음악을 대표하는 천재 작곡가들의 초판 악보 등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수천 수백 개의 문화유산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많은 연구자들과 관람객들을 매일 같이 끌어모은다.

이와 유사하게 프릭컬렉션은 철강왕 카네기와 사업 파트너이자 라이벌이었던 헨리 클레이 프릭(Henry Clay Frick, 1849-1919)이 수집한 예술작품을 바탕으로 1935년에 세워졌다. 프릭은 20세기 초 보자르 양식(Beaux-Arts Architecture)으로 지은 자신의 호화로운 저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예술 작품을 세심하게 골라 수집했는데, 특히 르네상스에서부터 19세기 유럽의 회화 작품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로코코 양식을 대표하는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사랑의 연작'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실제 18세기 유럽의 살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정교하게 꾸며져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홀바인, 티치아노, 엘 그레코, 베르니니,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반 다이크 등 걸작들의 회화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 문화유산을 확보하고 있는 위의 두 미술관은 20세기 초까지 예술의 불모지와 같았던 뉴욕시가 세계 미술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미술관의 컬렉션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술관은 단순히 예술작품의 '소장처'가 아니다. 앞으로 대전시에 들어설 새로운 미술관은 어떠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공공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진혜윤 한남대학교 회화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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