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까지 '운명의 2주'…금융당국 '옥석 가리기' 시험대
"회생 가능성 낮으면 구조조정"…당국 바뀐 PF 대책도 향후 14일이 분수령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채권단 동의를 통한 절차 개시 여부가 2주 이내에 결정된다. 태영건설의 고강도 자구 노력뿐만 아니라 채권단의 원만한 합의가 요구되는 난제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주어진 가운데, 회생 가능성이 낮은 건설사는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며 '옥석 가리기'에 나선 정부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태영건설은 28일 오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산은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사유, 정상화를 위한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자구계획을 검토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즉각 소집 통지했고 내달 11일까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 절차를 진행한다.
1차 회의에는 금융채권자협의회 구성, 공동관리절차 개시, 채권행사 유예 여부 및 유예기간, PF사업장 관리기준 등이 결정된다. 당장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위해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 계획을 제출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이를 구체화하는 중이다. 채권단이 일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향후 2주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결정을 결정할 1차 분기점이다.
이후 절차도 순탄치만은 않다. 오는 4월11일 2차 채권자협의회 회의에서 PF사업장 처리방안, 재무구조 개선방안, 유동성 조달방안, 회사 경영계획 및 경영관리 방안 등에 대한 협의가 돼야 한다. 워크아웃 개시 때 약속한 자구 노력 규모가 예상과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 데다, 일부 채권단이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있어 워크아웃 약정까지 예정된 내년 5월까지 안심할 수는 없다.
지속해서 건설사 PF 부실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진행 중인 바뀐 부동산 연착륙 정책이 안정적으로 집행될지 여부를 살필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2일 "사업성이 미비하거나 자산 감축 등 특단의 조치 없이 현재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금융사에 대해선 시장 원칙에 따라 자구 노력·손실 부담 등 자기책임원칙에 따른 진행이 불가피하다"며 "금융 사이드에서는 ‘옥석 가리기’와 관련해 옥으로 판명되는 사업장·회사에 대해선 유동성 공급이 잘 지원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필요한 경우엔 규제 완화 등 조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간 금융당국 PF 대주단 협의체 등 시장 자율을 통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이끌겠다고 말해왔으나 이제는 '옥석 가리기'에 들어가기로 입장을 바꿨다는 해석이다.
이는 대주단 협의체에서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사업장도 늘고 있어 계속해 시장 자율에만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사업성이 부족해 경·공매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은 6월 말(100개)보다 20개 늘어난 120개로 집계됐다.
기업개선작업을 통한 부동산 연착륙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만큼 금융당국 역시 첫 사례인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시장 동요 없이 잘 이행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시장에서는 워크아웃 개시 일과 같은 향후 14일이 가장 고비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날 시장 불안 최소화를 위해 "태영건설은 부채비율 높고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이 과도한 점 등 태영건설 특유의 문제"라며 "건설업 전반의 문제로 보기 곤란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금융권 연쇄 부실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시장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회의 멤버들이 참석하는 비상거시경제금융 회의가 29일 열릴 예정이다. 지난 26일 회의 이후 3일 만이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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