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윤세영 회장, 태영건설 복귀 3주 만의 '워크아웃'
올해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계열사 지분 다수를 매각하며 자구 노력을 이어온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을 29일 화제의 인물로 뽑았다. 태영그룹이 SBS 등 남은 계열사까지 매각할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전날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은 오는 1월11일 열릴 제1차 채권단협의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1292억원을 포함해 2002억원을 빌려준 KDB산업은행이다. KB국민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도 각각 700억원에서 1600억대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채권단의 75%가 동의하면 태영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절차)에서 시작된 채무불이행으로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심화되며 시작됐다. 지난해 말(연결 기준) 도급사업 PF보증은 2조2000억원에서 1년 사이 2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PF우발채무 대응을 위한 자금소요로 인해 차입 규모도 2021년 말 9470억원에서 9월 말 1조8856억원으로 약 2배가량 뛰었다. PF 우발채무란 지금 당장 빚이 아니지만 시행사 부도 등이 발생하면 이를 보증한 건설업체의 몫으로 전환될 수 있는 채무다.
위기설이 확대죄자 태영건설은 올 초부터 자금 조달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1월 지주회사인 티와이(TY)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차입했으며 9월에는 본사 사옥을 담보로 1900억원을 차입했다. 하반기에는 계열사가 태영건설의 PF유동화증권 일부를 직접 매입하거나 태영인더스트리 등 최대주주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부채비율을 줄이려 애썼다.
그럼에도 신용평가사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공사비 인상과 부동산 시장 정체로 현금 흐름이 가뜩이나 저하된 상황에서 태영건설이 시장 호황기에 다수 수주한 지방 PF보증 사업장의 재무 부담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 지난주 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하향 검토)'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하향검토)'로 변경했다.
윤 회장은 2019년 3월 아들인 윤석민 전 회장에게 경영 전권을 일임했으나 올해 초 회장 자리에 다시 앉게 됐다. 태영그룹 관게자는 "건설업계 전체가 PF 우발채무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태영건설의 사회적 책무를 완수하기 위한 조치"라며 "(윤 회장이) 50년 전 태영건설을 창업할 때의 정신으로 돌아가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를 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초심을 되찾겠다는 윤 회장의 각오가 무색하게 복귀 이후 3주 만에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의 현 상황에 남은 지분 매각 여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태영건설은 현재 '팔 만한' 계열사 지분은 다 팔아버린 상태다. 앞서 TY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전액(2400억원)과 화력발전소인 포천파워 지분 전액265억원), 평택싸이로 지분 일부(600억원)를 매각했다.
이제 남은 것은 에코비트와 골프장 운영사 블루원, 방송사 SBS뿐이다. 에코비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6427억원, 영업이익 1209억원이다. 블루원의 올 3분기(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926억원, 영업이익은 14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총 자산 규모는 587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태영건설이 SBS까지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결정하며 산업은행에 계열사 매각이나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 계획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에 돌입하더라도 영업활동에는 큰 제약이 없다며 주주들을 안심시키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개발사업 PF 우발채무에 기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주채권은행으로부터 부실징후기업으로 지정됐다"며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워크아웃 절차를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또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할 전망이나 건설업계 전체로 확장될 위기는 아니라고 평가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태영건설 관련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예기치 못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관계기관이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만 없다면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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