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얻어 올게요!" 강정호 만나러 美 떠나는 한동희, 배경엔 '조선의 4번 타자' 든든한 지원 있었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나도 대호 선배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야말로 1년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지명을 받은 한동희는 지난해 129경기에 140안타 14홈런 65타점 43타점 타율 0.307 OPS 0.817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2020년부터 알을 깨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잠재력이 대폭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020년 주전으로 도약한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남겼던 까닭이다.
한동희는 KBO리그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최고의 타구 속도를 지니고 있다. 타구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타구를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 따라서 타구 발사 각도만 높아진다면, 홈런 갯수를 증폭시킬 수 있었던 만큼 이 장점을 살리기 위해 과감한 변신에 나섰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하기 위한 노력은 분명 칭찬을 받을 만한 요소였다. 그러나 문제는 성적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한동희는 올해 시범경기 11경기에서 10안타 2홈런 타율 0.370으로 활약하며 변신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4월 한 달 동안 2홈런에 머무르는 등 타율이 0.169에 그쳤다. 5월부터는 타율 0.278로 타격감을 되찾는 듯했으나, 6월부터 다시 성적이 곤두박질을 치는 등 시즌이 막바지에는 출장 기회가 줄어들기까지 했다. 그나마 위안거리였던 것은 10월 11경기에서 타율이 0.308로 좋았다는 점이었다.
롯데는 올 시즌이 끝난 뒤 단장과 사령탑을 비롯해 코칭스태프를 모두 교체하는 큰 변화를 가져갔다. 그 과정에서 KBO리그 역대 최초로 두산 베어스를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끈 '명장' 김태형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김태형 감독은 롯데의 감독을 맡게 된 직후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가장 기대되면서도 신경이 쓰이는 선수로 한동희를 꼽았다. 그리고 선수단과 첫 상견례에서는 한동희의 볼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과 함께 한동희의 부진에 큰 아쉬움을 느낀 이는 두 명이 더 있었다. 바로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리는 이대호와 과거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뛰었던 강정호였다. 강정호는 시즌 중 자신의 유튜브 체널을 통해 한동희의 문제점을 짚고, 이를 고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현역 시절부터 유독 한동희를 챙겼던 이대호는 시즌이 끝난 뒤 한동희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이대호가 보낸 러브콜은 오프시즌 함께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이대호와 강정호에게 모두 러브콜을 받은 한동희는 지난 10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만약 함께 훈련을 한다면 (이)대호 선배님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호 선배님께서 '올해 겨울에 같이 운동을 하자. 해외에 나가서 한 달 동안 있을 수 있다면, 같이 나가서 운동을 하거나, 안 된다면 부산에서 하자'는 이야기를 먼저 해주셨다"면서도 "선배님은 이제 '방송인'이시니 스케줄이 많으신데도 시간을 내어주신다고 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이 약속이 현실로 이어지게 됐다. 당시 한동희는 오프시즌 훈련 파트너로 이대호를 선택했는데, 이대호는 물론 강정호와 함께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이대호가 한동희와 함께 미국에서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강정호를 만나기 위해 미국행을 제안한 것이다. 이대호가 한동희를 얼마나 끔찍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한동희는 "최근에 (이)대호 선배님과 몇 번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대호 선배님도 '기술적인 부분은 바꿀 것이 없다. 자신감만 갖고 하면 될 것 같다. 따뜻한 곳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몸이 더 올라올 수 있으니 그렇게 하자'고 미국행을 제안해주셨다"며 "강정호 선배님도 그동안 제게 많은 관심을 주셨는데, 가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대호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은 한동희뿐만이 아니다. 올해 한동희와 마찬가지로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죽마고우' 정훈도 함께 한다. 특히 이번 미국 전지 훈련의 경우 항공, 체류비, 훈련에 필요한 '수천만원'의 비용을 이대호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대호는 아끼는 후배들이 강정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기를 희망한 결과다. 그리고 기술적인 조언은 모두 강정호에게 맡기고 후배들의 멘탈 케어에 힘을 쓸 예정이다.
한동희는 "기존에는 시즌이 끝난 뒤 1~2주 휴식을 취한 뒤에 운동을 시작하는데, 올해는 쉬는 시간 없이 곧바로 운동을 했다. 그러다 보니 대호 선배님께서 '국내에서 하는 것과 해외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다르다. 리프레시 하는 효과가 나올 거다'며 열흘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하셔서 미국으로 가게 됐다. 선배님께서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동 받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올 시즌은 한동희에게 어떠한 한 해였을까. 그는 "초반에는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다.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시즌이 끝난 후에야 뒤를 돌아봤다.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얻는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며 "지금은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는 생각이다. 김태형 감독님께서 마무리캠프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알려주신 게 잘 맞고 있다. 운동을 하면서 2024시즌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대호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강정호를 만나게 된 한동희는 어떠한 것을 얻어오고 싶을까. 한동희는 "대호, 정호 선배님과 운동도 하고,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것에 대한 정립도 하고, 자신감을 많이 얻어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한동희는 "대호 선배님이 방송하신다고 많이 바쁘시다"고 장난치면서도 "긴 시간과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보통 은퇴를 하면, 또 다른 일정들로 인해 신경을 잘 못쓰지 않나. 정말 감사하고, 나도 대호 선배님 같은 선수가 됐을 때 이렇게 후배들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포스트 이대호'로 불리는 한동희가 '우상' 이대호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더 떨어질 곳이 없다.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