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해봐야 엔진오일 갈아주고 받는 돈보다 적은데 필수의료 누가 하나"
필수의료 교수들 "충분히 예상"…"정부 손 놓고 있다 이 지경"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사람의 몸이 기계보다 중요하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생명을 살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분야가 필수의료인데 내시경 검사 값(보험수가)이 자동차 엔진오일 가는 데 드는 비용보다 적은 게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고재욱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전공의들의 필수의료 기피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상대적으로 낮은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에서 찾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교수의 우려처럼 젊은 전공의의 필수의료 기피현상은 실제 더 충격적이다. 예상은 했지만 눈으로 확인한 수치는 암담 그 자체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총 144개 병원에서 3356명을 모집한 2024학년도 상반기 전공의 1년차 전기모집 선발 결과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 최종 2724명이 선발됐다. 이는 모집 정원 대비 82.3%로 올해 82.1%(모집 정원 3319명 중 2724명 선발)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선발 결과에 따르면 필수의료과의 모집 성적은 처참했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206명 모집에 불과 54명(26.2%)이 뽑혀 전체 진료과 중 가장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올해도 정원의 17.6% 밖에 전공의를 받지 못했다.
산부인과 상황도 좋지 않다. 산부인과는 183명 모집에 116명(63.4%)의 전공의를 확보했다. 이는 185명 모집에 133명(71.9%)을 확보한 올해보다 좋지 않은 성적이다.
반면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도 영상의학과,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는 확보율 100%를 달성했다.
의대를 졸업하면 수련병원에서 수련의(인턴) 생활 1년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끝나면 본인이 전공하고 싶은 진료과를 선택해 전공의(레지던트)로 수련을 받는다.
전공의로 수련 과정을 마치면 의국장(치프), 전문의, 임상의(펠로우)를 거쳐 교수가 된다. 즉 전공의는 전문 진료 과목의 교수가 되는 첫걸음인 셈인데 인기가 많은 분야에 전공의가 몰리고 필수의료는 외면받는 현실이다.
빅5 병원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는 한 교수는 "매년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볼 때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며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이지만 이 나라의 한 국민으로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걱정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 미래까지 걱정할 것도 없이 벌써부터 충분히 살릴 수 있고 치료가 되는 산모인데도 심각한 상황까지 진행돼 오는 경우가 많다"며 "10여 년 전부터 산부인과를 살려야 한다고 정부에 얘기해왔는데 지금까지 손 놓고 있다가 이렇게까지 된 것 아니냐"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응급의학과도 마찬가지다. 193명 모집에 148명(76.7%)의 전공의를 구해 올해 확보율(84.2%)보다 7.5%p(포인트) 감소한 결과를 얻었다. 심장혈관흉부외과도 63명 모집에 24명(38.1%)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고재욱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요즘 친구들이 필수의료를 왜 안 하겠느냐"며 "아무리 힘들어도 돈을 많이 벌면 할 수 있는데 내시경 값이 엔진오일 가는 데 드는 비용보다 적게 들어가는 게 지금 우리나라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연히 사람 몸이 기계보다 중요하고 그 치료를 해야 하는 게 필수의료라면 그 행위에 대한 수가는 정상화돼야 한다"면서 "무턱대고 의대 정원만 늘려서도 안 되고 피부·미용 쪽이 아닌 사람 살리는 의사가 많아질 수 있도록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돈이 되는 피부·미용 분야에 비해 실제로 고강도 노동이 필요하고 위험도가 높은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가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예를 들어 의료 소송 위험이 높은 데다 수술 시간을 정해 진행할 수 없는 제왕절개 초산 비용은 40만원이지만 소요 시간이 비슷한 복강경하 담낭절제술은 93만원이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사들도 '기승전수가'로 끝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답답해하고 사람들은 의사들이 배부른 소리를 한다며 혀를 차지만 의사도 결국 사람"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행위에 고강도 노동, 소송 위험 등을 감내해야 하는데 거기다 돈까지 더 못 번다면 누가 하고 싶어 하겠느냐"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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