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의 우승 LG·코트 평정한 안세영… 드라마는 계속된다
정필재 2023. 12. 29. 06:04
2023년 K스포츠 결산
황선우 등 韓수영 르네상스 포문
우상혁 다이아몬드리그 금빛 점프
축구·야구 아시안게임 동반 우승
MLB 김하성, 골든글러브 수상도
황선우 등 韓수영 르네상스 포문
우상혁 다이아몬드리그 금빛 점프
축구·야구 아시안게임 동반 우승
MLB 김하성, 골든글러브 수상도
2023년에도 한국 스포츠는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두 대회 연속 예선 탈락했고, 남자 배구와 농구가 국제대회 경쟁력 상실이라는 현실과 마주했다. 하지만 아픔 속에서도 새로운 스타는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들은 ‘엔데믹’ 시대를 맞아 그 어떤 제약 없이 자유롭게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밝혔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에서는 LG가 29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고 구본무 LG 회장이 1994년 ‘다시 한 번 우승하면 그때 축배로 들자’며 샀던 소주가 마침내 개봉됐고,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주기로 했던 금고 속 고급 손목시계도 마침내 빛을 봤다.
K리그에서도 감동과 아픔은 이어졌다. K리그1에서는 홍명보(54) 감독이 이끄는 울산 HD FC(옛 울산 현대)가 창단 이후 첫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1996년과 2005년 정상에 올랐던 울산은 지난해 17년 만에 왕좌에 올랐고, 2023시즌 다시 1위를 확정하며 통산 4번째 우승을 맛봤다. 울산은 명가 재건에 성공했지만 수원 삼성은 몰락했다. K리그 4차례 우승에 빛나는 수원은 2023시즌 K리그1 최하위를 기록하며 창단 후 처음으로 강등의 아픔을 맛봤다.
한국 수영은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황선우(20·강원특별자치도청)는 지난 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2회 연속 메달을 따냈다. 한국 수영의 낭보는 항저우아시안게임으로 이어졌다. 한국 경영 대표팀은 항저우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까지 모두 22개 메달을 쓸어담았다. 이는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성적이다. 김우민(21·강원특별자치도청)은 남자 자유형 400와 800, 단체전인 남자 계영 800까지 총 3개 금메달을 따내며 최윤희와 박태환에 이어 세 번째로 대회 3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역대 최고 성과를 거둔 한국 수영은 2024 파리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침체기를 겪었던 한국 배드민턴과 탁구에서도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다. 배드민턴 안세영(21·삼성생명)은 1월 열린 인도오픈을 제패한 뒤 3월 전영오픈에서 정상에 서는 등 올해만 10차례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안세영이 무릎 부상 중 나선 아시안게임에서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라이벌’ 천위페이(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장면은 백미였다. 결국 안세영은 1996년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단식 랭킹 1위에 오르는 겹경사를 누렸다.
탁구에서도 새로운 별이 떴다. 신유빈(19·대한항공)과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는 짝을 이뤄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21년 만에 여자 복식 금메달을 안겼다. 신유빈은 ‘신동’이라는 평가에 대한 부담과 손목부상 우려를 한 번에 털어내며 우뚝 섰고, 전지희는 띠동갑인 ‘짝꿍’을 만나 우승을 합작하면서 현역생활 막바지에 한풀이 우승을 이뤄냈다.
세계적인 스타가 된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은 한국 육상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우상혁은 9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235cm를 넘어 정상에 올랐다. 한국 육상선수가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 정상에 선 건 우상혁이 처음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건 우상혁은 파리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축구에서도 낭보가 이어졌다. 김은중 감독이 이끈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U-20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며 두 대회 연속 준결승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만들었다. 무자격 선수 선발과 불확실한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의 합류 시점 등 출범부터 삐걱거렸던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모든 우려를 씻어 버렸다. 황선홍(55)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대표팀은 항저우아시안게임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7경기에서 27골(3실점)을 몰아치는 폭발력을 앞세워 6번째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병역문제를 해결한 이강인 등 해외파는 제약 없이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명예회복과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한국 야구에는 악재만 가득했다. 지난해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를 당했고, 이어 지난 3월 열린 WBC에서도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충격을 안겼다. 특히 WBC 참패 이후 고참 선수들의 대표팀 은퇴 선언이 이어졌고, 이후 음주논란도 불거지면서 한국야구에 먹구름이 끼는 듯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문동주(20)와 노시환(23·이상 한화) 등 젊은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반등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활약 중인 김하성(28)이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야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올 시즌 김하성은 유격수와 2루수는 물론 3루수로도 물샐틈없는 수비를 선보이며 한국 스포츠의 새 역사를 썼다.
남녀배구는 아시안게임 노메달로 체면을 구겼다. 특히 남자 배구는 아시안게임 개막 전부터 탈락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농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남자농구는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하위인 7위에 그쳤고, 여자농구는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놓쳤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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