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래일 수도…" 무료 급식소를 찾는 사람들

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 2023. 12.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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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사회 함께 우는 사람들⑫]
주고객 노인…'굶주림' 인식 전환 필요
열악한 민간급식소…실질적 정부 지원 '절실'
'공짜 밥' 인식 개선…사회적 공감대 필요
편집자 주
아직도 따뜻한 밥 한 공기가 귀한 사람들이 있다. 무료급식소를 찾아가는 데 몇 시간을 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배고픈 사람들이다. 이들과 함께 우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 새벽부터 아침밥을 하고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 '고맙다'는 한 마디에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다. CBS노컷뉴스는 올 한해 배고픈 사회 곳곳을 찾아다니며 온정을 나누는 밥 한 끼를 소개한다.
인천 서구 석남동 무료급식소인 '나눔의 울타리' 앞에서 주민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 광명의집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새벽엔 국자 들고, 낮에는 공구함…19년째 '따뜻한 이중생활'
②"밥이 생명"…굶주린 노숙인들의 '한끼 원정'
③배고픈 이들에게 '천원의 한끼'…행복 나누는 '기운차림식당'
④"'사랑해요' 인사 건네자 눈물…그 모습에 나도 울컥"
⑤눈물의 도시락 봉사 "꼭 임종 전, 아버지 눈망울 같아서…"
⑥한 끼 원정을 떠나는 아이들…그리고 '선한영향력가게'
⑦"어르신, 도시락 왔어요"…반지하 문 열리며 "기다렸어요"
⑧먹은 만큼 베푸는 '도돌이표 배식'…"나눔이 반찬"
⑨3천원 '김치찌게' 하나뿐…"배고픈 청년은 오세요"
⑩'강자의 동정' 대신 '사랑'이 담긴 한끼 식사…'연중무휴'
⑪제과 명장의 '착한 기부'가 불러온 '소금빵의 기적'
⑫"나의 미래일 수도…" 무료 급식소를 찾는 사람들
(끝)

한 끼 만이라도…. 누군가는 잘 먹고 싶고, 누군가는 더 주고 싶은 곳. 무료급식소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이 그랬다. 식판을 맞잡은 그들은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배고픔을 달랜다는 것, 생존을 위한 가장 원초적인 현장에서 우리는 '인간 존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인색한 지 직접 목도했다.

CBS노컷뉴스 경인본부 기자들은 올 한 해 무료급식소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기자들의 입에서 나온 우리 사회의 현실은 생각보다 더 암울하다.

작은이들교회 무료급식소 전경. 주영민 기자

급식소 주고객 노인…'굶주림'에 대한 인식 바꿔야


주영민 기자는 "나의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무료급식소의 '주고객'은 이미 노인들이 차지한 지 오래다. 노인들은 허기를 채우기 위해 급식소를 찾기도 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곳을 찾기도 한다.

주 기자가 다녀온 인천 작은이들교회 무료급식소 역시 급식은 매개일 뿐 노인들의 사랑방이나 다름없다. 함께 식사하며 수다 떨고, 안부를 물으며 혹시라도 안 나온 이는 없는지 서로가 서로의 '최후의 보루'가 된다.

"무료 급식을 받는 노인들은 이웃일 뿐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 비록 지금은 늙고 힘없어 밥 한 끼 제대로 해먹지 못하는 처지가 됐지만, 그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동정이 아니라 사랑과 존중이길 바란다." (작은이들교회 무료급식소 운영자 박대관 목사 말 중)

최근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40.4%다. 10명 중 4명은 가난하다는 의미다. 76세 이상은 더 심각하다. 2명 중 1명(52.0%)이 소득 빈곤 상태다.

주 기자는 "노인 인구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고, 노인의 빈곤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 자명하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미래의 나 자신도 무료급식소를 찾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 사회는 배고픔의 문제를 개인의 선의에 기대어 해결하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당신은 어른이니까 먹고 사는 것 정도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성인일지라도 굶주림에 생존을 위협받는 국민을 국가가 외면하는 게 맞느냐는 논의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열악한 민간급식소…실질적 정부 지원 '절실'

실제로 배고픈 이들의 간절한 한 끼는 정부도 자치단체도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선의가 모인 민간 무료급식소에 의해 채워지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공공 무료 급식소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저소득층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으로 식사를 직접 차려 먹기 어려운 노인들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정성욱 기자가 만난 성남 효사랑운동봉사회 김맹임 대표는 지자체 위탁 사업인 탓에 기초생활수급자에게만 식사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늘 안타깝다고 했다.

"서류상으로는 부족할 것 없어 보여도 현실에선 지병을 갖고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많다. 수급자와 다를 바 없이 생활하는 데, 차등 없이 모두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 (효사랑운동봉사회 김맹임 대표의 말 중)

작은이들교회 급식소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박 목사 개인 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급식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고양시 일산서구 '작은 나눔'에서 양재현(77) 대표가 후원하는 회원들에게 보여줄 무료 도시락들을 사진 찍고 있다. 고무성 기자


하지만 정부 지원 없이, 자발적인 후원만으로 운영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어렵다.

고무성 기자가 찾았던 고양시 작은나눔도 비영리 민간단체다. 정부 지원 없이 양재현 대표 부부의 사비와 후원금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고 기자는 "행정복지센터로부터 추천을 받아 장애인이나 독거노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데 5천만 원이 들어간다"며 "자치단체가 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비용의 대부분을 양 대표 부부가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은 물론 실질적인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노숙인 김모씨가 봉사단체에서 준 점심 도시락을 먹고 있다. 박창주 기자


정부나 자치단체 등의 무료 급식소 지원이 매우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수원역 노숙인 무료급식소를 취재했던 박창주 기자는 "보도가 나간 뒤 한 대기업이 후원을 문의해와 봉사단체에 연결해줬는데, 최종적으로 성사되지 못했다"며 "'공짜 밥'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박 기자는 또 "자치단체들도 무료 급식을 양성화하는 것을 상당히 불편해 하는 것 같다"며 "배고픔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음식 조달을 위해 학교 급식이나 공공기관 급식 등과 연계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주 기자는 "식중독 등의 문제로 (학교나 공공기관 등에서 나오는) 잔반의 외부 반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정부가 보다 철저하게 관리한다면 아주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태도 전환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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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 psygo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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