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울의 봄’ 당시 “대화하자”… 신군부 집권 뒤 돌변

김예진 2023. 12.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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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26 사태 이후 이른바 '서울의 봄' 시기에 북한이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제의하는 편지를 우리 국무총리에게 발송하는 등 남한에 유화적으로 접근한 사실이 확인됐다.

통일부가 남북대화 관련 사료 편찬 과정에서 1980년대 초 북한이 발표한 대남 비방 성명 등을 수록하며 북측이 표기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실명 대신 '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당시 신군부 서슬이 얼마나 시퍼렇었는지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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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남북대화사료 4차 공개
北측 대표 “군사 쿠데타” 등 표현
北 전두환 비난에 ‘전○○’으로 표기
탁구 단일팀 막전막후 등도 담겨

1979년 10·26 사태 이후 이른바 ‘서울의 봄’ 시기에 북한이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제의하는 편지를 우리 국무총리에게 발송하는 등 남한에 유화적으로 접근한 사실이 확인됐다. 통일부가 남북대화 관련 사료 편찬 과정에서 1980년대 초 북한이 발표한 대남 비방 성명 등을 수록하며 북측이 표기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실명 대신 ‘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당시 신군부 서슬이 얼마나 시퍼렇었는지 보여 준다.

통일부는 28일 남북대화사료집 제9·10권을 공개했다. 국토통일원(통일부 전신)이 1979∼1981년 모은 남북 접촉 관련 회의록, 성명, 기자회견문 등이 실렸다.

사료집에 따르면 북한은 1980년 1월1일 이종옥 당시 정무원 총리 명의로 신현확 당시 국무총리에게 대화를 제의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북한은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장소는 판문점, 평양, 서울뿐 아니라 “제3국도 무방하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해당 서한은 신 총리는 물론 당시 김종필 민주공화당 총재, 김영삼 신민당 총재, 김수환 추기경, 심지어 이희성 육군참모총장에게까지 발송됐다. 북한은 신 총리를 ‘대한민국 국무총리 신현확’이라고 불렀는데, 이를 두고 ‘남측에 매우 유화적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그해 5월17일 신군부 주도로 비상계엄 조치가 전국에 확대되고 이튿날인 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이 시작되며 북한의 태도는 다시 강경해졌다. 5월22일 판문점 판문각에서 열린 제8차 남북 총리 간 대화를 위한 제8차 실무대표 접촉에서 북한은 5·17과 5·18을 언급하며 “매우 불미스러운 사태들”, “군사 쿠데타” 등 표현을 썼다. 결국 총리 간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은 10차를 끝으로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남북대화사료집 10권 속 북한의 전두환 비난 부분이 익명으로 처리된 모습. 사료집 캡처
사료집 10권을 보면 북한이 발표한 대남 비방 성명 등을 수록하며 전 전 대통령의 이름 대신 ‘전○○’으로 표기한 점이 눈길을 끈다. 사료라면 역사를 고스란히 기록해야 함에도 이렇게 익명으로 처리한 것은 유례가 없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당시 사료 수집 업무를 맡은 실무자가 스스로 고쳤는지,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은 현시점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사료집 9권에 수록된 남북 탁구 단일팀 논의 불발의 막전막후도 눈길을 끈다. 1979년 2월 북한은 평양에서 열리는 제35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남한에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남측은 단일팀에 찬성한다면서도 혹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남측의 단독 출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합의는 불발했고 남측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남북 탁구 단일팀은 12년 후인 1991년에야 성사됐고, 현정화·리분희의 금메달 스토리는 2012년 ‘코리아’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됐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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