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 내년 투자 키워드… 낙폭과대 자산 "리츠·중국주식 주목할 때"
내년도 투자의 키워드는 '미국 경기 사이클이 연착륙 또는 경착륙으로 최종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에서 올해 낙폭 과대 자산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올해 상반기를 떠올려보면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으로 출발했으나 우려와는 달리 미국 경기가 양호한 흐름과 함께 물가도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는 반전 양상이 나타났다.
직전년도 급락의 여파로 증시 수급은 공백 상태였던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이익 가시성이 있고 독과점적인 지위에 있는 일부 빅테크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됐다.
또 3월 미국 은행권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연준이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며 시장 급락세가 진정된 가운데 4~5월 인공지능(AI) 테마가 부각되면서 이들 종목은 일명 '매그니피센트 7'이라는 타이틀로 금년도 미국 증시 상승세에 기여했다.
자산 시장의 부침도 있었다. 하반기 연준의 고금리 기조 지속 및 미국 부채 급증에 따른 채권 공급 물량 확대 우려 등으로 8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 수준까지 급등했다. 아울러 중동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대로 유가도 상승하는 등 주식 등 위험자산은 급락 양상을 보인 바 있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 규모 및 시기 조정과 함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추가로 확산하지 않으면서 국채 금리 및 유가 급등세가 진정세를 보였다.
이후 자산 시장은 10월 말 이후 고용 지표 및 물가 둔화 흐름이 지속되면서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돼 주식 및 채권, 금 등 금리에 민감한 자산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연준은 시장의 기대에 화답하듯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사실상 긴축 기조의 종료를 알렸다. 연준 위원들이 제출하는 점도표에서도 내년 중 세 차례의 기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비둘기파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다소 이례적인 점은 핵심 물가가 아직도 연준의 목표치 수준까지 둔화하지 않았고 금융 환경여건 지수(Financial conditions index) 또한 2022년 6월 이후 가장 완화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음에도 별다른 저항 없이 '피봇'(pivot)을 했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내년도 미국 대선과 상·하원 선거가 예정돼 있어 주요 선거가 있는 해에 경기 침체에 빠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다양한 경기 시나리오에 따라 내년 유망 자산을 구분할 수가 있는데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졌던 '노 랜딩' 국면에서는 고금리 수혜 자산인 단기 채권 및 고정금리 현금성 자산, 빅 테크, 미국 경기의 반사 이익을 누렸던 멕시코 페소화 등의 성과가 양호했다.
경기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경기 침체 등 경착륙이 현실화할 경우 금리에 민감한 장기채권과 금·은 등 낙폭 과대 자산들의 수혜를 예상해볼 수 있다.
이들 자산은 지난 10월 말 이후 가격이 급등하는 등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낙폭 과대 자산으로는 대표적으로 리츠, 미국 은행주, 중소형 주식 이외에도 중국·국내 주식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이들 자산 중에서 중국 주식만이 최근 자산 가격 급등세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원자재 수출국으로 그동안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던 호주 달러화마저 최근 강세 흐름을 보이는 등 최소한 기술적인 반등 정도를 기대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만약 연준 의도대로 미국 경제가 경착륙을 피하고 연착륙에 성공할 경우 기업들의 부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하이일드 및 투자 등급 회사채 등 크레딧 자산과 비상장 사모 주식 등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경수 한국투자증권 GWM 자산승계연구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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