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공개한 정용진… 주목받는 유통가 재벌집 3·4세

양범수 기자 2023. 12.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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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열·정해찬·문서윤·정창덕... 유통 대기업 오너 3·4세 움직임 활발
롯데 3세 신유열, 전무 승진하며 경영 수업 본격화
20대 4세 둔 신세계·현대는 경영 수업 ‘아직’
KPMG 인턴 마친 정해찬, 미국 유학 떠날 듯
현대百 4세 정창덕, 해외 유학중
“오너라는 이유로 승진… 실력·경영 능력 입증해야”

롯데그룹 오너 일가 3세 신유열(37) 롯데케미칼 전무가 최근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가운데,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 4세인 정해찬씨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백화점 ‘빅3’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4세가 관심을 끌고 있다.

신 전무가 적극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성년이 지난 신세계·현대백화점 4세의 경영 수업 역시 점쳐지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장남 정해찬(25)씨는 지난 8월 삼정KPMG 인턴 근무를 마쳤다.

인턴 근무는 군 복무를 마친 정씨가 공백기를 활용해 지원했던 단기 인턴으로,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 대상 자문 업무를 수행하는 딜어드바이저리(DA·Deal Advisory) 5본부에서 지원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부회장의 장남인 해찬씨가 군 복무를 마친 뒤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KPMG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영 수업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신유열 전무도 롯데에 입사하기 전 일본 노무라 증권에서 근무했고, 오리온 3세인 담서원 상무도 입사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일하면서 오너 일가가 그룹 내에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전 다른 회사에서 경력을 쌓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씨가 최근 어머니 한지희씨의 독주회에 아버지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함께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삼정KPMG 근무를 마치고 그룹 내에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씨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고, 2018년 방학을 이용해 조선호텔앤리조트에서 인턴 근무를 하는 등 호텔 경영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씨가 곧바로 그룹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내년을 목표로 미국 대학원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경영과 관련된 공부를 더 할 것으로 보인다. 1998년생이기에 신유열 전무나 담서원 상무처럼 다른 회사에서 더 경력을 쌓을 가능성도 있다.

정 부회장은 슬하에 장남 해찬씨를 비롯해 해인·해윤·해준 등 2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녀 해인(23)씨는 2000년생으로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미국 스무디킹 본사에서 한 달가량 인턴 근무를 하기도 했다. 쌍둥이인 차녀·차남 해윤, 해준씨는 2013년생으로 올해 10살이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장녀인 문서윤(21)씨도 2002년생으로 당장 경영 수업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씨는 ‘은둔 경영자’로 알려진 어머니와 달리 소셜미디어(SNS)에서 수만명의 팔로워를 두면서 적극적으로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아직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정 사장과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 사이에 태어난 딸로, 패션·문화 분야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과 문 부사장은 서윤씨 외에도 슬하에 딸 하나를 더 두고 있다. 차녀인 서진씨 역시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오너 4세인 정창덕(19)씨는 초등학생이던 2014년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함께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한 이후 대중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지선 회장의 장남인 창덕씨는 2004년생으로 현재 해외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황산덕 전 법무부장관의 딸 서림씨와 결혼해 창덕씨를 비롯해 1남 1녀를 슬하에 두었다. 장녀는 2006년생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현대와 달리 롯데그룹은 후계자 경영 수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1986년생인 신유열 전무는 일본 게이오대학 졸업 후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뒤 2020년 제과업체인 일본 롯데에 입사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 상무에 선임돼 일본 롯데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장직을 겸직해 근무했으며, 올해 7월에는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에 선임되기도 했다.

그러다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한국 롯데에서 역할을 갖게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9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점 행사에서 “우리 아들은 여러가지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신 전무를 비롯해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녀와 차녀인 규미씨와 승은씨는 일본에서 회사를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 오너 3·4세가 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오너 3~4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해외 유학파’라는 점인데, 선진적인 경영 기법이나 트렌드를 공부하며 시야를 넓혔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이를 도입하고자 할 때 국내 정서와 맞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국내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소장은 또 “오너 일가는 오너가라는 이유만으로 빠르게 승진해 임원·대표 자리에 앉게 되는데, 그 사이 성과를 보여야 직원들이 따를 수 있게 된다”며 “실력을 갖추고 회사를 더 발전시켜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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