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슈링크플레이션 꼼수, 까르푸와 이마트의 다른 대처법

최효정 기자 2023. 12.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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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 국내 조미 김 업계 1위 동원F&B는 '양반김'의 중량을 기존 5g에서 4.5g으로 0.5g 줄였다.

줄어든다는 뜻의 영단어 '슈링크'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제품 가격과 내용물은 유지하되 용량만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리는 것을 뜻한다.

가격이 그대로이더라도 용량을 줄였다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는 스티커를 물건 판매대 앞에 부착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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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 국내 조미 김 업계 1위 동원F&B는 ‘양반김’의 중량을 기존 5g에서 4.5g으로 0.5g 줄였다. 가격(700원)은 그대로 둔 채, 중량만 감소시켰다.

소비자들은 영문도 모르고 더 적은 김을 먹게 됐다. 이날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식품사 16곳 대표를 불러 모아 물가 안정을 당부한 날이다.

이는 전형적인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 사례다. 줄어든다는 뜻의 영단어 ‘슈링크’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제품 가격과 내용물은 유지하되 용량만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리는 것을 뜻한다.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을 피하고, 정부의 압박을 우회하는 꼼수 기법이다.

고물가에 슈링크플레이션이 유행하면서 소비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기업들이 정당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 제조업체들은 치솟는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 위해선 이런식의 꼼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변명한다.

그러자 정부는 꼼수인 슈링크플레이션까지 규제하겠다며 최근 단속과 정보 고지를 골자로 하는 대응안을 내놨다. 한 외신은 이를 보고 전세계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을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보도하면서 총선을 앞둔 시점에 정부가 민심잡기에 나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부가 경제논리에 입각한 기업의 행위를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과잉행정이 될 수밖에 없다. 성분과 용량을 바꿀때마다 포장지를 바꾸라는 결론도 비현실적인 탁상행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걸려봐야 최대 수위가 벌금 1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데 기업이 이정도 벌금이 무서워 장난질을 안치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슈링크플레이션을 해결할 방법은 정부 개입보다는 시장에서의 정당한 경쟁을 통한 도태다. 어떤 제품을 살지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선결 조건은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먼저 충족시키는 것이다. 슬쩍 용량을 줄이고 이를 최대한 숨기는 슈링크플레이션 특성 상 소비자들이 발생 여부 자체를 인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에게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대형마트, 이커머스 등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각국 유통기업들이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알리기 위해 먼저 나섰다.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는 지난 9월부터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을 줄인 경우 이를 따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가격이 그대로이더라도 용량을 줄였다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는 스티커를 물건 판매대 앞에 부착하는 식이다.

독일의 슈퍼마켓 체인 브랜드 ‘네토(Netto)’ 역시 소비자에게 제품 제조업체가 동일한 가격에 용량을 줄였을 시 이를 알리는 표지판을 이달부터 선반에 부착한다. 소비자들에게 마트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주면 선택을 통해 소비자들 스스로 슈링크플레이션을 걸러낼 수 있다.

그런데 이마트나 쿠팡과 같은 국내 대형 유통공룡들은 슈링크플레이션 대응에 소극적이다. 제조사가 아니니 책임이 없다는 태도로 수수방관한다. 자사 자체브랜드(PB) 상품도 슈링크플레이션을 통해 더 큰 이득을 거둘 수 있어서 일까.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 발표에 따르면 이마트와 롯데마트에서 총 9개 PB상품의 슈링크플레이션이 발견됐다.

유통업체들이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주면 경쟁과 도태를 통한 자정 작용이 가능해진다.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판매자로서의 책임부터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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