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없는 이정후가 ML 신인왕 가능하다고? 이치로 말고도 23년간 4명이 더 증명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서 샌프란시스코 구단을 담당하고 있는 마리아 과르다도는 28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선수가 내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수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는 그동안 총 6명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1951년 윌리 메이스, 1958년 올랜도 세페다, 1959년 윌리 맥코비, 1973년 개리 매튜스, 1975년 존 몬테후스코, 2010년 버스터 포지가 그들로 포지가 35년 만에 신인왕 잔혹사를 끊었으나, 그 이후 13년째 감감무소식이다. 과르다도는 "샌프란시스코는 2010년 포지 이후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했지만, 곧 그 가뭄을 끝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지난 시즌 12명의 유망주를 빅리그에 올려보냈고, 이들 중 다수는 2024년에도 신인 자격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정후를 좌완 선발 투수 카일 해리슨(22), 유격수 마르코 루시아노(22)와 함께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았다.
이정후가 내년 신인왕 후보로 꼽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스팅을 신청하기도 전인 지난달 14일 CBS 스포츠가 야마모토 요시노부(25·LA 다저스)와 함께 신인왕 와일드카드로 선정한 바 있다. 당시 CBS 스포츠는 "최고 수준의 콘택트 능력을 갖춘 빠른 발의 중견수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타율 0.340,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을 기록했다. 그의 전 팀 동료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KBO리그 타자가 메이저리그로 이적해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만약 이정후가 매끄럽게 연착륙할 수 있다면 다양하게 갖춘 부차적인 능력이 그를 신인왕 후보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콘택트 능력을 높게 평가받은 덕분에 컴퓨터가 예측한 2024시즌 성적도 나쁘지 않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의 프로그램 '스티머'에 따르면 이정후의 2024년 성적은 133경기 출전 타율 0.291, 12홈런 57타점 83득점 9도루,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wRC+(조정득점생산력·리그 평균이 100) 116으로 리그 평균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예상 성적대로만 나와도 충분히 성공적인 데뷔 시즌이지만, 신인왕을 장담하기에는 애매한 감이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메이저리그 신인왕, 실버슬러거 등의 상은 대체로 많은 홈런을 친 선수에게 유리했다. 21세기 신인왕 중 15홈런 이하로 수상한 선수는 46명 중 5명에 불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60경기 단축 시즌이 치러져 특수했던 2020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카일 루이스를 제외하면 4명으로 더 줄어든다.
둘째, 올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군이 무척이나 쟁쟁하다. 가장 강력한 후보가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189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28일 LA 다저스 공식 입단 기자회견을 가진 야마모토다. 앞서 이정후를 신인왕 후보에 올려놨던 CBS 스포츠는 야마모토에게는 "이번 겨울 어느 리그에 합류하든 신인왕을 수상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가 될 것(He should become the favorite to win the ROY Award in whichever league he joins this winter.)"이라며 조금 더 긍정적인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야마모토뿐 아니라 내년 내셔널리그에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유망주들이 대거 몰렸다. MLB.COM 기준 유망주 톱10 중 5명이 2024년 신인왕 요건을 갖췄다. 2위 잭슨 츄리오(19·밀워키 브루어스/외야수), 3위 폴 스케니스(21·피츠버그 파이어리츠/우완 투수), 4위 딜런 크루스(21·워싱턴 내셔널스/외야수), 10위 조던 롤러(21·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유격수)에 김하성 혹은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트레이드된다면 곧바로 콜업될 선수로 꼽히는 9위 잭슨 메릴(20·샌디에이고 파드리스/유격수)까지 포함된다. 또한 아시아 프로리그 출신에는 '중고 신인' 개념으로 조금 더 보수적인 시선도 있어 이 역시 이정후가 극복해야 한다.
장타가 없는 이정후가 신인왕을 수상하는 방법은 높은 타율, 출루율, 도루 등 나머지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1년 스즈키 이치로다. 이치로는 2001년 빅리그로 직행해 골드글러브 수비와 함께 157경기 타율 0.350(692타수 242안타) 8홈런 69타점 127득점 56도루, 출루율 0.381 장타율 0.457 OPS(출루율+장타율) 0.838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 석권했다.
현재 수비, 주루에서 리그 평균 정도의 평가를 받는 이정후에게 이치로와 같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치로 말고도 콘택트 능력만으로 신인왕이 가능한 것임을 증명한 선수가 지난 23년간 4명이 더 있었다. 가장 참고할 만한 사례는 2009년 당시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 소속의 내셔널리그 신인왕 수상자 크리스 코글란이다. 같은 외야수에 신인왕 시즌이 데뷔 첫해라는 점, 1번 리드오프로 주로 나섰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2024년 이정후와 조건이 판박이다. 2009년 5월 빅리그에 데뷔한 코글란은 전반기 56경기 동안 타율 0.245로 콘택트가 잘되지 않으면서도 30볼넷 41삼진으로 선구안은 무너지지 않아 후반기 반등의 여지를 남겼다.
그리고 코글란은 후반기 72경기 타율 0.372, OPS 0.966으로 타격감이 폭발했다. 또한 좌·우완 상대로 고르게 잘 치면서 최종 성적 121경기 타율 0.321, 9홈런 47타점 84득점 8도루, 출루율 0.390 장타율 0.460, OPS 0.850을 기록, 두 자릿수 승수의 J.A.햅(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 토미 핸슨(당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22도루의 앤드루 매커친(당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신인왕을 품었다.
물론 2024시즌 신인왕 후보들이 쟁쟁한 만큼 2007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한 더스틴 페드로이아처럼 시즌 초부터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야 이정후의 수상 가능성도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올해 초 빠른 공 적응을 위해 타격폼을 수정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 타격왕과 MVP를 품게 했던 기존의 타격폼으로 일단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9일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고 귀국한 이정후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우선은 (타격폼 변경 없이) 부딪혀 보려 한다. 해보고 거기에 맞게끔 변화를 줄 생각"이라며 "그때(신인왕을 받은 2017년)도 내가 신인왕을 탈 거라 생각하지 못한 상태로 시즌을 치렀다. 이번에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고, (신인왕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 같다"고 답했다.
▶ 한 시즌 15홈런 이하를 기록한 21세기 메이저리그 타자 신인왕 명단 및 성적
-2001년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157경기 타율 0.350(692타수 242안타) 8홈런 69타점 127득점 56도루, 출루율 0.381 장타율 0.457 OPS 0.838
-2007년 더스틴 페드로이아(보스턴 레드삭스)
·139경기 타율 0.317(520타수 165안타) 8홈런 50타점 86득점 7도루, 출루율 0.380 장타율 0.442 OPS 0.823
-2009년 크리스 코글란(플로리다 말린스)
·128경기 타율 0.321(504타수 162안타) 9홈런 47타점 84득점 8도루, 출루율 0.390 장타율 0.460 OPS 0.850
-2013년 윌 마이어스(탬파베이 레이스)
·88경기 타율 0.293(335타수 98안타) 13홈런 53타점 50득점 5도루, 출루율 0.354 장타율 0.478 OPS 0.831
-2020년 카일 루이스(시애틀 매리너스) *코로나19로 인한 60경기 단축 시즌
·58경기 타율 0.262(206타수 54안타) 11홈런 28타점 37득점 5도루, 출루율 0.364 장타율 0.437 OPS 0.801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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