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경영전략=⑫효성그룹] 화학·섬유 위기…신소재·수소로 돌파

김종성 2023. 12.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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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회장 "외부 환경 탓 말고 적극 대응하라" 주문…친환경 경영 드라이브

2024년을 앞두고 삼성 등 주요 그룹들은 인사를 마무리짓고 새해 경영전략을 속속 확정하고 있다.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 그동안 주요 기업들이 밝힌 전략 기조를 토대로 신년 경영전략을 분석해본다. [편집자]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업황 부진으로 효성그룹의 주력 사업인 섬유와 소재 등이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효성그룹은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수익 신소재를 통한 수익성 확보, 수소 등 신사업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이 지난 3월 한국경영학회가 수여하는 '제38회 2023년 대한민국 경영자대상'을 수상한뒤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효성]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2017년 취임 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투명 경영의 기틀을 닦았다. 취임 5년 만인 2021년에는 그룹 총매출 21조2804억원, 영업이익 2조770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위기에도 실적 방어에 성공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과 육성을 위한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에 빠지며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효성화학은 올해 3분기까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고부가가치 소재·섬유 사업을 영위하는 효성첨단소재는 올해 3분기에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46% 줄었다. 스판덱스 등 섬유 사업을 하는 효성티앤씨도 업계 예측보다 100억원가량 적은 3분기 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올해 하반기에도 업황 개선이 지지부진하자 조 회장은 지난 7월 각 계열사에 "외부 환경 탓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수익성이 악화된 현재의 위기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실행 방안을 내놓으라고도 당부했다.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 발굴로 사업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화학 울산공장 전경. [사진=효성화학]

조 회장은 앞서 올해 초 신년 메시지에서도 '고객 몰입 경영'을 선포하며 고객의 수요에 따른 유연한 대처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올해 나일론 필름을 생산하던 대전공장 문을 닫고, 신사업인 탄소섬유 공장을 새로 설립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 중이다.

조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꼽으며 친환경 경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효성은 '그린경영비전 2030'을 기반으로 친환경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품·소재·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수소에너지를 미래 먹거리로 꼽고 집중 육성 중이다. 효성화학(수소 생산), 효성첨단소재(수소저장용기에 활용되는 탄소섬유 생산), 효성중공업(수소충전소 건설) 등 전 계열사를 통해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 세계 1위 기업인 독일 린데와 협력해 울산 효성화학 용연공장 부지에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립 중이다. 이달 시운전에 들어갔고, 내년에 1분기에 완공해 액화수소를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연산 1만3000톤(t) 규모로, 단일 규모르는 세계 최대다.

액화수소 플랜트 완공 시점에 맞춰 대형 상용차용 액화수소 충전소 30곳도 건립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 생산능력을 3만9000톤까지 늘리기 위해 1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효성첨단소재가 탄소섬유로 만든 수소고압용기. [사진=효성첨단소재]

효성첨단소재는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와 '슈퍼섬유' 아라미드를 앞세운 신소재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2011년 국내 최초 탄소섬유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철보다 강도가 14배 이상 높은 초고강도 'H3065(T-1000급)'를 개발했다. 수소차 연료탱크에서 우주발사체까지 활용이 가능해 장기적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2만4000톤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지난 2009년 상업화에 성공한 아라미드는 지난해 증설을 완료하고 생산능력을 기존 1200톤에서 3700톤으로 늘렸다. 아라미드는 중량이 강철의 20% 수준으로 가볍지만 강도가 5배 이상 높고, 500도 이상의 고열에도 견딜 수 있어 '슈퍼 섬유'로 불리는 신소재다.

이런 특성으로 아라미드는 전기차 타이어코드, 5G 통신용 광케이블, 방탄복 등에 쓰인다. 특히 자동차, 방위산업에서 다양한 용도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5G 광케이블, 전기차 타이어용 수요도 추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티앤씨가 생산하는 크레오라 모습. [사진=효성티앤씨]

효성티앤씨는 주력 제품 스판덱스의 친환경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천연 원료를 가공해 만든 바이오 스판덱스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 개발에 성공하고 글로벌 친환경 인증까지 획득했다. '크레오라(creora®)' 브랜드는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12년간 지키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외에도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 섬유 '리젠(regen)'을 개발해 친환경 섬유 시장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수익성을 깎아내렸던 효성화학의 베트남 사업장이 정상 궤도에 진입한 것도 긍정적이다. 폴리프로필렌(PP)과 탈수소화(DH) 시설을 갖춘 효성화학의 베트남 공장은 2021년 완공 이후 설비 문제에 따른 정기보수로 그동안 생산 차질을 빚어왔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가동률 100%에 진입하며 베트남 법인은 2018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았던 베트남 법인의 정상화로 효성화학의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효성화학은 유럽과 일본 등으로 고부가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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