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확인하세요…어떻게 달라지나

계도기간 종료 전 생산된 제품, 유통기한 표시돼 판매 가능
두부 17일→23일, 햄 38일→57일 소비기한 늘어…우유는 2031년부터 표시

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상품에 소비기한이 표시돼 있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이다. 2023.12.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난 1월 도입된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2024년 1월 본격 시행되지만 당분간 유통기한 표시제품과 소비기한 표시제품은 섞인 채 유통·판매될 예정이다.

계도기간 종료 전 만들어진 유통기한 표시 제품은 해당 기한까지 유통·판매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1월1일부터 제조·수입되는 식품은 반드시 소비기한을 표시해야 한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품 날짜표시는 △소비기한 △유통기한 △제조일자 △품질유지기한 등 4가지 종류로 나뉜다.

제조일자는 일반적으로 제조·가공이 끝난 시점, 품질유지기한은 제품 품질이 유지되는 기한이다. 장기간 보관 가능한 제품 등에 표시한다.

소비기한은 식품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지키면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이다.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유통·판매가 허용된 기간이다. 그 기간이 지나도 섭취 가능하지만 소비자가 언제까지 섭취해도 되는지 몰라 식품 상태와 관계없이 폐기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유통기한 표시 대신 식품의 안전한 섭취 기한을 알려주는 소비자 중심의 '소비기한' 표시제도는 지난 1월 도입됐다.

다만 영업자 비용·업무부담 완화와 자원낭비 방지를 위해 기존 유통기한 표시 포장지를 별도 처리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1년간의 계도기간을 가졌다.

아울러 변질되기 쉬운 우유류(냉장보관 제품에 한함)의 경우, 낙농·우유업계 요청을 받아들여 냉장 환경을 개선한 2031년 1월1일부터 소비기한을 적용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이날 뉴스1에 "계도기간을 추가 부여하지 않으며, 2024년 1월1일부터 제조·가공하거나 수입을 위해 선적하는 경우부터 반드시 소비기한을 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냉장으로 유통되는 우유의 경우 오는 2030년까지는 기존과 같이 유통기한을 적용,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변질이 쉬운 우유의 특성을 고려해 냉장 유통 체계 개선과 낙농업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23.1.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그러나 계도기간 종료 전 만들어진 유통기한 표시 제품은 해당 기한이 끝날 때까지 유통·판매 가능하다. 마트 등에서 소비기한 또는 유통기한 표시 제품이 함께 유통·판매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유통기한 포장지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관할 관청의 승인 하에 유통기한 문구(제목) 위에 스티커 등을 붙여 '소비기한'으로 수정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날짜(숫자)는 스티커로 가려 수정해서는 안 된다.

식약처는 "유통기한이 삭제됐으니 소비자 오인·혼동 방지와 제도의 신속 정착을 위한 일"이라며 "유통기한이 표시된 경우는 소비기한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도 소비기한이 아닌 유통기한 표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1차 위반 시 '시정명령'을 받는다.

이 위반 행위가 반복될 경우(2·3차) 식품위생법 시행령 등에 따른 업종별로 품목 제조정지(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2차 위반은 15일, 3차 위반은 1개월이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모두 제조업자가 제품 특성과 유통과정을 고려해 과학적 설정 실험 등으로 정한다. 제품 유통 중 안전성과 품질을 보장할 기간으로 측정된다.

유통기한은 식품의 품질 변화 시점을 기준으로 60~70% 앞선 기간으로, 소비기한은 80~90% 앞선 수준에 각각 정한다.

식약처는 소비기한 표시를 준비하는 식품 영업자에게 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식품 유형별 참고값을 지난해부터 공개하고 있다.

소비기한 참고값은 식약처가 식품별로 소비기한 설정 실험을 거쳐 정한 잠정 소비기한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소비기한 참고값은 총 66개 식품유형 698개 품목이다.

영업자는 자신이 제조·판매하는 제품의 특성, 포장 방법, 유통 환경 등을 고려해 해당 품목의 소비기한 참고값 범위 안에서 제품의 소비기한을 정하면 된다.

식약처가 공개한 사례(평균 참고값) 중 두부는 유통기한 17일에서 소비기한 23일, 햄은 유통기한 38일에서 소비기한 57일, 발효유는 유통기한 18일에서 소비기한 32일로 각각 조정된다.

식약처는 "소비자가 표시된 날짜를 철저히 확인하고 보관 방법을 준수하는 동시에 소비기한 경과제품은 섭취하지 않고 구매한 식품은 가급적 빨리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식약처가 지난 11월 기준으로 국내 식품업계 매출 상위 100개 기업의 제품을 대상으로 소비기한 표시 현황을 조사한 결과, 표시 전환율이 94.2%였다. 올해 2월 34.8%에 비해 상승했다.

또 식약처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위탁해 11월에 실시한 인식도 조사에서 '소비기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라고 응답한 소비자는 88.5%로 지난해 7월 34.5%보다 많아졌다.

식약처는 "제도 전환이 차질 없이 추진 중"이라며 "영업자가 각 식품별 특성에 적합한 소비기한을 정할 수 있도록 참고값을 제공하는 등 제도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