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장혁 “50이란 숫자는 왠지 두려워, 시간아 멈춰라”
[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2023년이 저물어간다. 이제 사흘만 지나면 새로운 해다. 2024년은 갑진년 용의 해다. 배우 장혁은 생애 네 번째 용의 해를 맞는다.
1997년 SBS 드라마 ‘모델’로 데뷔한 장혁은 26년 동안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SBS ‘명랑소녀 성공기’(2002)로 스타덤에 오른 뒤 KBS2 ‘추노’(2010), SBS ‘뿌리깊은 나무’(2011), KBS2 ‘아이리스2’(2013) 등 숱한 명작의 주역이었다.
MBC 예능 ‘진짜 사나이’에서는 군인보다 더 군인 같은 퍼포먼스로 강력한 남성미를 풍겼다. 국내에서 몸을 가장 잘 쓰는 액션 스타로 꼽힌다. 2000년대 대중문화계를 이끈 장혁은 새해를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앨범을 발매하기 전 활용하는 포카 앨범을 발매했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좀비물을 기획 중이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소속사에서 나와 직접 현장 스태프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동안 갈고 닦은 무기를 다양한 형태로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장혁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메이크스타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20대 때는 빨리 40대가 되길 원했다. 40대 선배들이 힘을 주지 않고 연기하는 모습이 귀감이 됐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그렇게 될까?’라는 호감이 있었던 것 같다. 막상 40대가 돼 흘러가다보니 연기는 살면서 채워지는 거라는 걸 깨닫는다. 그럼에도 50이라는 숫자는 조금 두렵다. 시간이 멈췄으면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요즘 업계는 불황 중의 불황이다. 드라마나 영화나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1년에 영화 한편도 투자하지 않는 배급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방송사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이다. 대부분의 배우가 일거리가 없다. 심각한 보릿고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목소리다.
개인의 능력은 위기에서 빛난다. 아무것도 안 하고 허송세월하는 사람도 있고, 위기일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사람도 있다. 장혁은 새로운 도전에 겁이 없다. 그 도전 중 하나가 ‘포카앨범’(POCAALBUM)이다. QR코드로 앱에 접속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는 신개념 앨범이다. 아이돌 가수들이 주로 제작하는 굿즈다. 배우로서는 첫 제작이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낯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배우가 하는 것도 재밌겠다 싶더라고요. 어떻게 구성할까 하다가 3분 롱테이크 액션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리듬감을 강조해서 두 가지 버전의 액션물을 만들었죠.”
포카앨범에는 선글라스를 낀 장혁이 악당 무리를 소탕하는 영상이 담겼다. 마치 로봇으로 보이는 장혁이 하나둘씩 제압해 나간다. 3분이라는 긴 시간을 액션만으로 채운다. 장혁이 내뱉는 대사는 없다. 커트도 없다. 마치 안무처럼 액션이 펼쳐진다. 1 대 다수의 액션이 1편, 빌런 보스와 1:1 대결이 2편이다. 액션뿐인데도 몰입이 상당하다. 장혁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다.
“3분에 드라마 요소를 보여줄 수 없으니 캐릭터를 보여줘야 했어요. 오랫동안 합을 맞춘 무술팀과 콘티를 함께 짰어요. 마치 제 액션을 브랜딩하는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전투형 AI가 조직을 소탕하는 내용이죠. 1940년대 서구의 고전적인 의상을 준비했어요. 액션도 춤이랑 원리가 같아요. 받아주는 사람이 힘을 정확하게 받아줘야 해요. 어려운 도전이었는데 6번 안에 완성했어요.”
요즘 많은 배우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2020)를 제작한 정우성도 있고,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를 기획한 마동석도 있다. 배우 임수정도 친한 작가들과 영화 기획을 준비 중이다. 장혁도 오래전부터 기획을 꿈꿔왔다.
“AI가 좀비세계에 뛰어든 이야기예요. 드라큘라나 늑대인간은 그래도 대화가 되는데, 좀비는 대화가 안 돼요. 생존이 목적이에요. ‘웜바디’라는 영화에서 좀비가 사람 뇌를 먹고 심장이 다시 뛰는 장면에 충격받았어요. AI가 좀비 세상이 투입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름 구체적인 설정들이 있어요. 포카앨범도 그 기획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수 있어요.”
좀비물이 먼 미래의 이야기라면, 어느정도 구체화된 작품도 있다. 내년에 촬영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가정주부가 된 액션 스타 이야기다.
“40대 중후반 남성들의 외로움을 보여주고 싶어요. 20대 때 잘나가던 액션 배우가 어떤 사건 때문에 가정주부로 살다가, 다시 드라마 현장에 복귀하는 이야기에요. 코미디 요소가 많죠. 대기업 상무, 의사와 같은 친구들도 나와요. 일단 분위기가 좋아요.”
방송사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구축된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다. 유튜브나 OTT가 정착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배우들도 연기 외에 여행과 요리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다. 장혁은 KBS2 ‘살림하는 남자들’로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다음 작품에 대한 약속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20년 넘게 그렇게 살았어요. 개인적으로 성룡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한동안 홍콩에서 이소룡이 중심이었어요. 다 영춘권을 따라 했어요. 그러다 성룡이 나와서 B급 코미디 액션을 선보였죠. 그리고 슈퍼스타가 됐어요. 남을 따라 하는 것보다 내 것을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죠. 저도 제 것을 찾고 있어요. 용의 해에 그 기운을 받아서 저의 무기를 찾고 싶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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