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 찌르면 "아파요" 버럭, 폭염엔 땀띠…의료진 "서럽기도 했죠"

김지은 기자, 박상혁 기자, 이지현 기자 2023. 12. 29. 05: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26만9027건.

지난 4년간 서울 신천동 송파구청 앞에 마련된 송파구 선별진료소에서 진행한 코로나19 전체 검사 수다.

이 선별진료소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하루 검사량이 6100건을 웃돌았다.

유준규 노원구 보건소 감염병 팀장은 "처음에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다들 처음 겪는 감염병이라 시행착오가 있지 않았느냐"며 "4년 동안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지침도 마련하고 자리를 잡아갔는데 지역별로 대형 검사소를 마련해서 이런 노하우를 잘 압축해놓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굿바이, 선별진료소 ②]선별진료소와 이별 준비하는 의료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보건소 선별진료소. /사진=박상혁 기자


126만9027건. 지난 4년간 서울 신천동 송파구청 앞에 마련된 송파구 선별진료소에서 진행한 코로나19 전체 검사 수다. 이 선별진료소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하루 검사량이 6100건을 웃돌았다. 지난해부터는 유행이 한풀 꺾이면서 하루 평균 방문자가 5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하고 있고 보건소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올해까지만 선별진료소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매일 같은 자리에서 무료 PCR 검사를 진행한 선별진료소 506개소는 내년 1월1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운영 종료를 나흘 앞둔 28일 오전 10시쯤, 송파구의 선별진료소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1시간 동안 이곳을 찾아온 사람은 총 4명.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구청 주변으로 대기줄이 한 두바퀴 이어졌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곳 검사수는 △2020년 7만7241건 △2021년 60만1881건 △2022년 54만4035건 △2023년 4만5870건으로, 최근 2년간 감소세를 보였다.

서울 노원구의 선별진료소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흰색 천막과 컨테이너 박스로 이뤄진 진료소 내부엔 안내 직원 2명, 검체 체취 직원 1명, 선별총관리자 1명만 있었다. 직원들은 히터 두 대를 가동하며 몸을 녹이고 있었다. 2년 전만 해도 검사실엔 직원들이 2인 1조로 움직였지만 지금은 한 명만 근무해도 될 정도로 한산했다. 노원구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42만4577건을 검사했다.

28일 오전 11시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보건소 선별진료소. 마스크와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박상혁 기자


직원들은 지난 4년 간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막상 끝난다고 하니 시원 섭섭하다고 했다. 선별진료소에는 안내·행정 업무를 하는 직원과 검체 검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임상병리사로 근무하다가 파견을 와 2년 넘게 일한 사람도 있었고, 정년 퇴직 이후 구청 일자리 공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직원들은 내년 1월부터는 모두 이곳을 떠나 뿔뿔히 흩어질 예정이다.

노원구 선별진료소 안내원인 김주연씨는 "감염병 사태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다"며 "현장에서 선생님들과 일하면서 많이 배우고 정도 많이 들었다. 막상 헤어진다고 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3년 간 근무했다는 강이원씨 역시 "정년 퇴직하고 여기서 행정 대기 접수하며 일해왔는데 당장 사라진다고 하니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직원들끼리 아침 인사도 못할 정도로 바빴다고 했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사람을 만나다보니 골병이 들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대기줄이 길다고, 코에 면봉을 넣으면 아프다고 항의를 했다. 한여름에는 등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젖어서 땀띠가 났다. 영하 8도를 웃도는 겨울철엔 안면 마스크를 쓰고 호흡하다가 얼굴에 고드름이 생겼다. 한 직원은 집에 돌아가면 일기장에 오늘 하루가 서럽다고 적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직원들이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었던 건 시민들의 응원 덕분이다. 송파구 선별진료소엔 "의료진 여러분 감사합니다" "간식 맛있게 드세요"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등이 적힌 감사 편지가 빼곡하게 있었다. 지난해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가정 방문을 했을 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직원들은 선별진료소가 사라지는 건 다행이지만 또 다시 다가올 펜데믹을 대비해 역학조사를 실시할 별도 공간도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유준규 노원구 보건소 감염병 팀장은 "처음에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다들 처음 겪는 감염병이라 시행착오가 있지 않았느냐"며 "4년 동안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지침도 마련하고 자리를 잡아갔는데 지역별로 대형 검사소를 마련해서 이런 노하우를 잘 압축해놓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선별진료소에 의료진에게 감사하다는 편지가 적혀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