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른 기촉법 부활에…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가능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이 이달까지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는 3956억원에 이른다. 내년 4분기까지 1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보증 채무는 3조6027억 원에 육박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2023.12.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해를 넘기지 않고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통과된 덕에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었다. 다만 태영건설이 마련한 구조조정 자구안을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음 수순으로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아야 한다.

28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유동성 위기를 겪는 태영건설은 주 채권은행은 KDB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은 2주간 채무 상환이 유예된다. 산은 주도 하에 채권단은 협의회를 구성해 다음달 11일 채권자 협의회 구성, 공동관리절차 개시, 채권행사 유예 여부와 기간 등의 안건을 결의한다. 이후 세 달 동안 자산부채 실사와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하고 내년 4월 2차협의회를 결의한 뒤 기업개선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한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었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부활해서다. 기촉법은 지난 8일 국회에서 통과되고 지난 26일 법률 공포 절차를 거쳤다. 기촉법은 워크아웃의 근간이 되는데 2001년 한시법으로 최초 제정돼 지속적으로 재연장됐다가 지난 10월 일몰됐다. 이후 재입법이 추진되고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부활했다. 기촉법 후속 조치로 워크아웃의 세부 절차 등을 구체화한 시행령안은 내년 1월9일부터 시행되지만 워크아웃 신청에는 법률 공포 절차를 했기에 가능했다.

태영건설은 부활한 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 신청 1호 기업이다. 신청 후 태영건설이 마련한 구조조정 자구안에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절차가 온전히 진행됐을 경우 내년 5월 이후부터 워크아웃이 시작될 전망이다.

워크아웃이 제대로 시작되면 태영건설이 정상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금융위원회가 2012~2021년 기업은행에서 선정한 부실 징후 기업 1348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워크아웃 구조조정 성공률은 34.1%로 분석됐다. 워크아웃보다 강도가 높은 법정관리의 성공률은 12.1%에 불과하다. 정상화에 걸리는 기간도 워크아웃은 평균 3.5년으로 통상 10년이 걸리는 법정관리보다 짧다.

다만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납득시킬만한 자구안을 내지 못할 경우 워크아웃 진행이 종료될 수도 있다. 이후 태영건설은 법정관리를 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태영건설의 협력사들이 연쇄부도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