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손가락부터 보폭까지…“신체는 효율적인 잣대”

양선아 2023. 12. 2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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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갑처럼 생긴 아파트에 사는 것이 지겨워진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자신의 취향과 생활방식을 반영한 '나만의 집'을 짓겠다는 소망을 갖기 마련이다.

거실·주방·아이방 등 공간을 설계할 때는 신체 척도를 기준으로 그 공간의 용도와 생활하는 사람 수, 필요한 가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책은 강조한다.

책 중간에 끼어 있는 별지에는 현관·거실·주방·침실 등 다양한 공간 유형의 설계도가 예시로 그려져 있어, 그것들을 직접 조합해 '나만의 설계도'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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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활용해 길이·면적 감각
불편함 없는 공간 설계에 필수
삽화 적극 활용한 친절한 설명
다양한 공간 설계 ‘꿀팁’ 제공
더숲 제공

건축 스케일의 감
공간의 치수, 면적, 길이를 우리의 오감으로 파악한다!
나카야마 시게노부·덴다 다케시·가타오카 나나코 글, 노경아 옮김, 임도균 감수 l 더숲 l 1만6800원

성냥갑처럼 생긴 아파트에 사는 것이 지겨워진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자신의 취향과 생활방식을 반영한 ‘나만의 집’을 짓겠다는 소망을 갖기 마련이다. 최근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5도2촌족’(5일은 도시, 2일은 시골에서 사는 것)을 꿈꾸며 시골에 주택을 짓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렇게 나만의 공간을 만들려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건축가 지망생, 건축 현장 전문가가 필수로 갖춰야 하는 감각이 있으니, 바로 치수 감각이다.

‘건축 스케일의 감’은 관념적인 숫자가 아니라 자신의 신체를 ‘잣대’ 삼아 다양한 치수를 파악해 치수 감각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2001년부터 10년간 일본 고가쿠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설계연구소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는 나카야마 시게노부 주도 하에 건축가인 덴다 다케시와 가타오카 나나코가 합류해 실용적인 책을 만들었다. 감수를 맡은 임도균 건축사는 책에서 “스케일이란 단순히 치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 혹은 공간의 크기를 결정하는 데 근간이 되는 고유한 단위를 포함한 비례 체계”라며 “스케일감(感)을 갖는 것은 기능적이고 불편함이 없는 공간을 설계하는 기본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더숲 제공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거의 모든 페이지에 삽화가 있을 만큼 직관적이며 상세하고 친절하다는 점이다. 삽화를 보면서 설명을 읽으면 독자들도 쉽게 ‘건축 스케일 감’을 얻을 수 있다. 책은 자를 사용하지 않고 손이나 발 등을 사용해 치수를 가늠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신체의 가장 작은 단위로 손가락이 있다. 엄지의 폭 혹은 검지를 갈고리 모양으로 구부렸을 때의 두번째 마디 길이를 ‘치’라고 부른다. 서양에서는 이 단위를 ‘인치’로 부르는데 건축 분야에서는 ‘네 치 서까래’ ‘세 치 각목’ 등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신체 척도로 많이 쓰는 것은 ‘뼘’이다. 엄지와 검지(혹은 중지)를 최대한 크게 벌렸을 때의 폭을 ‘뼘’이라고 부르는데, 한 뼘은 대략 15㎝로 다섯 치에 가깝다.

더숲 제공

손 크기를 기준 삼아 만들어진 대표적인 건축 재료가 벽돌이다. 전 세계의 벽돌 크기는 ‘6×10×21㎝’로 규격화되어 있는데, 이는 작업자가 한 손으로 쌓아 올리기에 좋은 크기라서라고 한다. 흔히 보는 벽돌의 크기도 이러한 과학적 원리가 적용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주변의 모든 사물이나 공간을 ‘신체 척도’로 가늠해보게 된다.

다양한 신체 척도를 소개한 뒤 자신의 신체 척도를 직접 확인하는 법과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최적화된 설계를 어떻게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천장 높이는 의자에 올라가서 손이 닿을 정도로 설계해야 하며, 창은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어야 하므로 눈높이에 맞춰 설치해야 한다는 식이다. 거실·주방·아이방 등 공간을 설계할 때는 신체 척도를 기준으로 그 공간의 용도와 생활하는 사람 수, 필요한 가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책은 강조한다.

건축가가 어떻게 설계 구상을 하고 공간들을 만들어 나가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으며, 어려운 건축 용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책이다. 책 중간에 끼어 있는 별지에는 현관·거실·주방·침실 등 다양한 공간 유형의 설계도가 예시로 그려져 있어, 그것들을 직접 조합해 ‘나만의 설계도’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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