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은 눈꽃 전쟁 중"… 겨울만 되면 설경 탐방 인파에 몸살
갓길에 줄줄이 주차로 교통 혼잡
정상 등반 탐방 예약 경쟁도 치열
성탄절 연휴인 24일 오전, 한라산국립공원 1100고지 휴게소는 아수라장이 됐다. 눈꽃 구경에 나선 관광객과 도민 등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다. 서귀포시와 제주시를 잇는 1100도로는 한라산 해발고도 1,100m 지점 도로다. 이 도로에서 가장 높은 곳이 1100고지다.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한라산의 남쪽과 북쪽을 가르는 경계 역할을 한다. 설경 명소로 유명세를 타면서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데 주차 공간(25대)은 턱없이 부족해 해마다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이날은 성탄절 연휴에 2∼3일 동안 이어진 폭설로 설경이 장관을 이루면서 평소보다 더 북적였다. 휴게소 주변 왕복 2차선 1100도로 한쪽 갓길에는 주차된 차량들이 1∼2㎞가량 끝없이 늘어섰고, 주차장 입구에선 교통관리에 나선 제주자치경찰단 소속 경찰관과 만차가 된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일부 차량 운전자들이 실랑이를 벌였다. 갓길에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일부 관광객들이 도로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아찔한 모습도 보였다. 제주도가 지난해부터 1100도로의 교통혼잡을 줄이고 탐방객들의 편의 등을 위해 겨울철에만 한시적으로 ‘설경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주차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한라산 설경버스는 1100도로를 오가는 정규 버스노선에 토요일과 공휴일에 한해 임시버스 2대를 추가 투입해 운행 횟수를 늘린 방식을 말한다. 현장에서 교통관리에 나섰던 한 자치경찰은 “겨울철 주말이면 좁은 1100도로에 하루에도 400∼500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 교통통제에 한계가 있다”며 “눈꽃 구경하러 왔다가 고생만 하다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개인차량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신신당부했다.
겨울철에는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등반을 위한 탐방예약 경쟁도 치열하다. 3년 전부터 1일 탐방객 수(성판악 탐방로 1,000명‧관음사 탐방로 500명)를 제한하는 한라산국립공원 탐방 예약제 시행 이후 탐방권 예약 전쟁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겨울철 주말이나 연휴기간 탐방예약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고, 평일에도 여유가 많지 않다. 단풍철인 10월을 제외하고는 일 년 중 겨울철이 탐방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기다. 실제 2022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라산 1일 평균 탐방객 수는 3,186명으로, 봄철(3∼5월) 2,505명보다 600명 이상 많았다. 최근 한라산 설경을 즐기는 유명 연예인들의 프로그램이 잇따라 방영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진을 올리는 게 유행으로 자리 잡으며 탐방객은 더 늘고 있다.
매년 1월 1일 한라산 정상에서 새해 첫 해돋이를 맞는 야간산행의 경우 1년에 딱 하루만 특별허용되기 때문에 예약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앞서 이달 1일 오전 9시부터 한라산 새해맞이 야간산행 특별허용 예약을 받았는데, 성판악 코스(1,000명)는 40분 만에, 관음사 코스(500명)는 45분 만에 마감됐다. 또 예약 마감 직후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엔 한라산 1월 1일 탐방권을 양도해 달라는 글 등 불법거래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해 겨울에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탐방권을 1만∼5만 원에 매매하는 등 불법거래가 이뤄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탐방권을 불법으로 사고팔다가 적발되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탐방예약 시 발급되는 QR코드에는 예약자의 개인정보가 기재되기 때문에 탐방 QR코드를 타인에게 넘겨주거나, 이를 이용하다 적발될 경우 공무집행방해로 고발 조치되고, 입산도 불허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겨울철 한라산 기상상황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등반이나 설경 탐방에 나서기 전에 미리 날씨와 교통정보 등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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