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카오 쇄신리더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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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백전불태'는 비단 전쟁에 국한되지 않는다.
카카오 쇄신의 키를 쥔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은 지난달 일부 임원에게 욕설을 했다는 논란이 기사화되자 소셜미디어에 4편의 글을 올려 자기방어에 나섰다.
'깜깜이'로 진행되던 그룹 쇄신작업을 전혀 알 수 없던, 젊은 직원들에게 공유된 정보는 김 이사장의 욕설과 이후의 암묵적인 함구령뿐이었다.
동료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면서 진행하는 쇄신으로 백전백승은 만들 수 있어도 백전불태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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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백전불태'는 비단 전쟁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나 기업의 경영, 특히 구악을 일소하는 쇄신작업에선 반드시 필요하다. 쇄신의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신나게 허수아비만 때리다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자칭' 개혁가가 부지기수다.
카카오 쇄신의 키를 쥔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은 지난달 일부 임원에게 욕설을 했다는 논란이 기사화되자 소셜미디어에 4편의 글을 올려 자기방어에 나섰다. 대부분 카카오의 내부 병폐를 드러내는 내용이었고 결론은 "욕 나오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조선의 개혁가 조광조에 빗대면서 쇄신에 반발하는 세력이 언론에 욕설 사실을 흘렸다는 인식까지 내비쳤다.
전형적인 섀도복싱이다. 머니투데이에 당일의 사건을 알린 이들은 회의실 바깥으로 10여분 동안 고성과 욕설이 들려올 때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직원이다. '깜깜이'로 진행되던 그룹 쇄신작업을 전혀 알 수 없던, 젊은 직원들에게 공유된 정보는 김 이사장의 욕설과 이후의 암묵적인 함구령뿐이었다.
욕설의 피해자는 당시 회의실에 있던 임원들만이 아니다. 회의실 밖에서 욕설을 들으며 안절부절 못하던 모든 카카오 구성원이 피해자다. 김 이사장이 스스로 변호한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전까지는 아무도 배경을 알 수 없는 '욕설논란'만이 직원들에게 남아 있었다.
그는 정적들에게 밀려 비참하게 끝난 조광조도 아니다. 오너의 절대적 신임을 받으며 C레벨 인사권까지 쥐고 있다. 그에게 욕설을 들은 임원은 업무에서 배제됐다. 그가 골프회원권과 고액연봉을 빌미로 저격한 임원은 최근 조용히 옷을 벗었다. 김 이사장이 해시태그(#)에 '조광조' '밤길조심'을 붙이며 약자인 척하는 게 카카오 구성원들에게 와 닿지 않은 배경이다.
지피도, 지기도 안 되는 상황이다. 병법가 손자는 백전백승보다 중요한 게 백전불태라고 했다. 무조건 이기는 것보다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해 위태롭지 않게 만드는 게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김 이사장은 내부기밀 누설에 대해 셀프징계를 요청하면서도 욕설에 대해서는 여전히 '실수로, 한 번, 어쩔 수 없이'의 입장일까. 동료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면서 진행하는 쇄신으로 백전백승은 만들 수 있어도 백전불태는 힘들어 보인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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