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수집 노인 39%가 우울증

김태주 기자 2023. 12. 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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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노인의 3배 달해
2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를 모은 리어카를 끌고 있다./연합뉴스

2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폐지 수집 노인 실태 조사’에서 폐지 줍는 노인 중 절반 이상이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줍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의 첫 폐지 수집 노인 조사로, 국내 노인 빈곤 문제를 잘 보여준다.

그래픽=박상훈

조사 대상 노인 1035명 중 54.8%는 ‘생계비 마련을 위해’ 폐지를 줍고 있다고 했다. 그다음이 용돈 마련(29.3%)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폐지 수집 이유였다. 폐지를 줍게 된 계기로는 ‘다른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서(38.9%)’ ‘현금을 벌기 위해(29.7%)’ ‘자유로운 활동(16.1%)’ 등을 꼽았다. 건강이 괜찮다면 계속 폐지를 줍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88.8%에 달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6일씩, 하루 5.4시간을 일해 월 15만9000원을 벌었다. 하루 평균 수입은 6225원이다. 시간당 수입은 1226원으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인 9620원에 크게 못 미쳤다. 연금과 기초생활보장 급여 등을 포함한 월평균 개인 소득은 74만2000원이었다. 2020년 전체 노인의 월평균 개인 소득 129만8000원과 비교할 때 폐지 줍는 노인의 소득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폐지 수집 노인들의 주된 소득원은 기초연금(49.9%)이었다. 폐지 수집 활동으로 얻는 소득은 전체의 15% 정도였다.

폐지 수집 노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폐지 납품 단가 하락’(81.6%)으로 꼽혔다. 폐지 단가는 2010년 161원까지 올랐으나 계속 떨어져 올해는 74원까지 내려갔다. 허리 굽혀 일하는 것은 매년 더 힘들어지는데 같은 일을 해도 수입은 반 토막이 나는 것이다. ‘폐지 수집 경쟁 심화’(51%)가 그 뒤를 이었다. 빈곤 노인이 늘어나며 폐지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건강도 좋지 않았다. 폐지 수집 노인 중 우울 증세를 보이는 비율이 39.4%였다. 일반 노인의 우울 증세는 13.5% 정도다. ‘건강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도 32.7%였다. 폐지 수집 노인 22%는 활동 중 부상당한 경험이 있었으며 6.3%는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폐지 줍는 노인 중 85.3%는 경제적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36.9%는 식료품, 26.9%는 생활용품, 18.6%는 일자리, 12.6%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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