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으로 볼 수만은 없는 이스라엘 ‘서울 테러’ 동영상

김은중 기자 2023. 12.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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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사관 “우리가 겪은 일, 한국도 겪을 수 있습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만든 서울 크리스마스 테러영상의 한 장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최근 서울의 크리스마스 아침이 테러리스트 공격으로 아비규환이 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가 우리 외교부 항의를 받고 하루 만에 삭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에 대해 일부 국내 시민단체들이 이스라엘을 비판하자 하마스 공격의 실상을 알리고 전면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같이 대응한 것이다. 대사관이 주재국의 테러 상황을 상정한 영상을 제작·홍보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적절하지 않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속 경각심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26일 이스라엘 대사관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자체 제작한 1분 31초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성탄절인 2023년 12월 25일 아침 어린 딸이 학예회에서 캐럴을 부르고 모친이 행복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러던 중 휴대폰에서 경고음과 함께 ‘밖에서 총소리가 들린다’는 메시지가 잇따른다. 딸이 “무섭다”며 모친 품으로 파고들고 총·폭탄 소리에 이어 어둠 속에서 무장 괴한이 나타나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정신을 잃은 모친을 끌고 나간다.

영상 말미에는 ‘여러분에게 이런 일이 있어났다고 상상해 보세요’란 자막이 뜨면서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수많은 사람을 인질로 끌고 가는 실제 장면으로 바뀐다. 이어 “10월 7일 이스라엘은 하마스 테러리스트 공격을 받았다”며 “1200명의 남성, 여성, 어린이가 살해당하고 240명 이상이 인질로 잡혀 가자로 끌려갔다”고 했다. 이 영상은 X와 페이스북 등에 올라온지 하루 만에 10만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적절하지 않다’는 외교부 지적을 받고 삭제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스라엘 대사관이 타국 안보 상황에 빗대 영상을 제작·배포한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대사관 측은 “이스라엘 사람의 심정을 한국 국민에게 더 잘 전달하려는 의도로 제작했던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이스라엘의 이번 영상 제작·배포가 외교적 결례는 맞지만 북한에 대한 안보 불감증 속 영상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새길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 역시 하마스와 같이 언제든 남한을 상대로 한 기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고 무장 테러단체인 하마스와는 차원이 다른 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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