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로 건물 지은 후 분양 수익으로 갚아… 사업 지연땐 치명적

신수지 기자 2023. 12.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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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흔드는 PF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뉴스1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벌어진 핵심 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에 있다. 자금과 신용이 부족한 시행사(개발업체)가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등을 지으면서 미래에 들어올 분양 수익금을 내세워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부동산 PF 대출’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외환 위기 이후 PF가 본격적으로 부동산 개발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전엔 건설사가 대출을 일으켜 땅을 사고 시공, 분양까지 책임졌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 건설사는 시공만 담당하고 시행사가 돈을 빌려 토지 매입 및 분양 업무를 전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부동산 PF는 2000년대 들어 아파트는 물론 각종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시행사는 적은 돈과 낮은 신용으로도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금융회사는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는 데다 건설사는 공사 일감을 따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경기가 침체될 때마다 금융 불안과 건설사 부도를 야기하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부동산 PF 대출은 통상 ‘브리지(bridge)론’과 ‘본(本)PF’라는 두 단계로 진행된다. 아파트나 상업시설을 지으려면 우선 토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 증권사나 저축은행,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은 ‘브리지론’이라는 명목으로 시행사에 자금을 빌려준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아직 인허가조차 받지 않은 상태로 사업 성공이 불확실한 만큼 10~20% 사이의 고금리를 책정한다.

브리지론으로 땅도 사고, 인허가까지 마쳐 정상적으로 착공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확인되면 시행사는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본PF’ 대출을 받아 브리지론을 상환하고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국내 시행사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고 신용등급도 낮아 공사를 맡는 시공사(건설사)가 보증을 서준다. 분양에 들어가면 계약금도 들어와 사업 불확실성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브리지론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시행사와 건설사, 금융회사 모두 큰돈을 벌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위축돼 미분양이 급증하면 돈을 갚을 길이 없어, 부도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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