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홍보물로 사랑받던 성냥의 퇴장…물건으로 본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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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세대는 커피숍이나 음식점의 성냥을 기억한다.
"성냥은 부피가 작고 싸서 홍보용 물건으로 제격이었다. 극장 다방 음식점 여관 등 온갖 업소에서 성냥을 나눠줬다. 1980년대까지도 성냥은 흡연자의 필수 휴대품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부터 값싼 가스 라이터가 대량 보급되면서 성냥은 일상생활 공간에서 급속히 자취를 감추었다. 국내 최대의 성냥 제조업체였던 UN성냥이 문을 닫은 것은 1997년 일이다." 성냥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사라진 이야기로 근현대사 한 페이지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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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자 전우용이 모은 박물지
- 281개의 물건 속 근현대사 탐구
1970~19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세대는 커피숍이나 음식점의 성냥을 기억한다. 흡연 여부와 상관없이 그 성냥을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게 상호와 분위기를 반영한 개성 있는 디자인이 좋아서였다. 요즘은 성냥 보기 힘들다. 그런데 성냥은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을까.
‘잡동산이 현대사’는 역사학자 전우용이 281개 물건으로 현대 한국인의 생활양식과 가치관을 집대성한 근현대 박물지이다. 1권 ‘일상·생활’, 2권 ‘사회·문화’, 3권 ‘정치·경제’로 구성됐다. ‘물건’의 역사를 다루지만, 내용과 서술이 미시사적 소재주의로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 근현대사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유입된 물건이 한국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삶의 양식과 가치관을 만들어냈는지 이해하려고 한다.
서구화, 식민주의, 산업혁명이 추동한 대량생산과 대중소비, 기술혁신이라는 시대 조건에서 우리 삶에 들어온 물건들은 한국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저자는 전등이 없는 시대에서 있는 시대, 냉장고가 없는 시대에서 있는 시대로 이행은 그 어떠한 분기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작은 물건 하나에 온축된 한국인의 삶과 한국 근현대사를 펼쳐 보여준다.
성냥 이야기는 1권에 있다. “성냥은 개항을 전후한 시점에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 1876년 무위소에서 제조한 군기 중에 자기황이 있었는데, 서양식 성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천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에 전시된 성냥갑들’이라는 사진이 눈길을 끈다. “성냥은 부피가 작고 싸서 홍보용 물건으로 제격이었다. 극장 다방 음식점 여관 등 온갖 업소에서 성냥을 나눠줬다. 1980년대까지도 성냥은 흡연자의 필수 휴대품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부터 값싼 가스 라이터가 대량 보급되면서 성냥은 일상생활 공간에서 급속히 자취를 감추었다. 국내 최대의 성냥 제조업체였던 UN성냥이 문을 닫은 것은 1997년 일이다.” 성냥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사라진 이야기로 근현대사 한 페이지가 펼쳐진다.
‘가계부’ 편도 흥미롭다. 1906년 설립된 여학교 한성여학원은 교과목 안에 ‘가계부기’를 두었다. 1920년대 이후 글자와 숫자를 아는 여성이 늘고, 월급쟁이가 많아지면서 가계부를 쓰는 주부들이 나타났다.
“가계부는 주부들이 가정 경제의 관리권을 장악한 새 시대를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 가계부는 주부의 교양 수준을 표현하는 물건처럼 취급되었다. … 교양 있는 여성을 독자로 삼는 여성잡지사뿐만 아니라 정부도 가계부를 만들어 각 가정에 보급했다.” 이 글에는 ‘재무부가 만들어 일부 가정에 보급한 1970년도 가계부’ 사진이 등장한다. 한해 살림, 한 달 살림을 알뜰하게 꾸려갔을 주부들의 손길이 저 가계부의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닿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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