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졸이게 한 인큐베이터 속 쌍둥이가 벌써 막내 돌봐요”
[아이들이 바꾼 우리] 삼 남매 아빠 박기태씨
삼 남매의 아빠 박기태(39)씨에게 2014년 5월 12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 세상에 쌍둥이인 딸 서영(10)과 아들 서준(10)이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통상 아이는 엄마 배 속에서 10달, 38~40주 정도를 보낸다. 임신 36주 6일을 넘지 않은 상태에서 분만하면 조산(早産)이라고 한다. 그런데 두 아이는 26주 3일 만에 태어났다. 몸무게는 첫째가 890g, 둘째가 810g으로 다른 신생아 평균 수준(2.5kg)의 절반도 안 됐다. 아이들은 정맥 주사로 영양 공급을 받으며 100일 이상 인큐베이터 생활을 했다. 박씨는 “아이들의 출생으로 감격스러워야 할 순간이 우리 부부에게 시련의 시간으로 찾아왔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 24일 본지 인터뷰에서 “그때 ‘다른 건 필요 없으니 건강하기만 하라’고 기도했는데 그 소원이 이뤄졌다”며 웃었다. 병원 퇴원 후 초기에는 또래 아이들보다 발달 과정이 1년 반~2년가량 늦어졌지만, 박씨와 아내 최다혜(38)씨는 힘든 시간을 이겨내 준 아이들을 그저 사랑으로 보듬으며 키웠다. 10년이 흐른 지금, 서영이는 혼자 조용히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동생을 챙기는 의젓한 맏이가 됐다. ‘까불이’ 서준이는 유독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돋보인다고 한다.
‘사랑둥이’ 셋째인 소현(5)은 계획 없이 축복처럼 찾아왔다. 아내 최씨는 “처음에 셋째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땐 마음속으로 기쁘면서도 솔직히 겁도 많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두려움도 잠시, 아이가 삼 남매가 되면서 행복감은 더 커졌다고 한다. 최씨는 “쌍둥이가 한때 또래보다 느려서 친구 만들어 주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어느새 소현이가 쑥쑥 크더니 언니, 오빠의 친구가 되어 주더라”고 했다. 옆에서 최씨의 말을 듣고 있던 첫째 서영이도 거들면서 “소현이랑 같이 자서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최씨는 3년 전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같은 아파트 단지 엄마 13명과 함께 ‘꿀꿀이 모임’을 만들었다. 단지 내에 2019년생 돼지띠인 막내 소현이 또래 아이들이 많아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점차 모임에 아빠들이 참여하며 어느새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은 ‘아빠가 아이들과 노는 날’이 됐다. 체험 농장에서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 딸기를 따고, 동물원·워터파크·눈썰매장·수목원에도 간다.
지난해부터는 이런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 채널에도 올리고 있다. 추억으로 기록해 나중에 자녀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단지 내 다른 아빠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남편 박씨는 “지금도 인터뷰 끝나고 크리스마스 송년회 파티를 하러 가야 한다”며 “오늘은 단지 내 공동 주방에서 아빠들과 아이들이 함께 요리하는 날”이라고 했다.
박씨는 “아빠 모임 활동을 하며 자녀들의 사회성도 좋아졌고 이웃 간 사이도 돈독해졌다”고 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주기적으로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게 됐다는 것이다. 혹여 일 때문에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도 아이만 보낼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처음엔 부모가 없으면 낯을 가리며 울기도 했던 아이들은 이제 혼자서도 또래와 잘 어울리며 논다. 부모가 이웃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며 ‘네 편, 내 편’ 갈라 싸우지 않고 서로 어울리는 모습도 보인다고 한다.
‘아이 셋을 키우며 어려움은 없느냐’고 묻자 박씨가 “왜 없겠느냐”며 웃었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있다고 한다. 막내가 태어난 후 전업주부였던 최씨가 일자리를 구해보려 했지만, 쌍둥이 아이가 미숙아였기 때문에 이마저 쉽지 않았다고 했다. 늘 곁에 붙어서 돌봐주고 보호해주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박씨는 “다자녀 부모에 대해 ‘애국자’라고 하는데 맞벌이 부부가 아닌 전업주부가 있는 가정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다고 느낀다”고 했다.
부부는 아이를 키우면서 오히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자녀를 통해 이겨낼 힘을 얻는다고 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보면 털고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최씨는 “결혼 전에는 나 혼자만의 삶이었지만,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함께하는 삶이 됐다”며 “그리고 세 아이가 생긴 뒤 다섯 식구가 함께하는 삶으로 변했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양육하며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면 덕분에 오히려 어려운 일을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생겼다. 이런 과정을 뛰어넘으면 가족 간의 결속력도 강해진다. 우리 부부에게 세 자녀는 힘듦을 기쁨의 에너지로 변화시켜주는 ‘축복의 통로’”라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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