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소장파 찾기 힘든 국힘 初選

김태준 기자 2023. 12.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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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에게 “설마 임기 4년을 이렇게 보내다 끝낼 건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안에 전문성을 보인 이도 적고, 대야(對野) 전투력을 보인 이도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윤심’을 쫓아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은 자주 관찰됐다. 올초 ‘나경원 연판장’ 사태부터 최근 ‘김기현 수호 단톡방’ 사태까지, 친윤을 자처하는 이들은 특정인을 집단 공격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초선들이 늘 이런 건 아니었다. ‘남원정’으로 불리는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은 이회창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총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그를 견제했다. 지금까지도 ‘소장파 초선 의원’의 모범으로 회자된다. 특히 ‘차떼기 파동’으로 당이 휘청거릴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천막 당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소장파 초선의 명맥이 끊기기 시작한 건 19대 국회 때부터다. 한 중진 의원은 “19대 때부터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으로 갈려 계파 갈등이 본격화됐고, 초선들도 두 계파 중 하나에 줄을 댈 수밖에 없어 소장파가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20대 국회 때 탄핵을 거치면서 여야의 정쟁은 거세졌고, 당내 개혁의 목소리를 내면 ‘해당 행위’로 몰렸다.

21대 초선은 여기에 ‘코로나’라는 악재를 만났다. 보좌진 출신의 한 당협위원장은 “21대 국회 초반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 의정 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됐다”며 “이렇다보니 지도부 또는 실세 의원이 소셜미디어 단체방에서 초선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고, 이게 어느새 문화가 됐다”고 전했다. 다른 보좌관은 “코로나 세대가 원격 수업으로 학력이 저하된 것처럼, 21대 초선도 원격 의정 활동으로 정치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참여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일부 초선 의원들이 벌인 행태는 19~21대 국회를 거치면서 악습이 켜켜이 쌓인 결과물이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김기현 사퇴론’을 제기한 중진들에게 ‘자살 특공대’ 등의 공세를 퍼부었다. 한 비윤계 의원은 “주모자는 따로 있고, 이들은 손발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런 이들이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에 가장 앞장섰다. 한 초선 의원은 “한 위원장이 당을 바꿨다는 얘기를 들으려면 ‘영남 물갈이’만큼 좋은 게 없을 텐데, 의정 활동 결과물도 뚜렷하지도 않은 의원들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역구 초선 40명 중 29명은 영남권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내년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할 것이다. 궁금한 건 어떤 명분으로 지역구에 ‘나를 찍어 달라’고 할지다. “나는 친윤이다” 외에 어필할 게 없다면 출마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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