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후 아파트 화재 무방비, 안전설비 보강 서둘러야

경기일보 2023. 12.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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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한 아파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27일 영통구 매탄동의 20층짜리 아파트 16층에서 불이 나 30여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17분 만에 큰 불길을 잡았고,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불이 난 곳은 1999년 8월 사용 승인이 난 오래된 아파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소방시설 현황 및 정상 작동 여부,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도봉구의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친 가운데 수원에서도 비슷한 아파트 화재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파트 화재는 대형사고로 번질 위험이 크다. 특히 고층 아파트, 노후 아파트일수록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아파트는 불이 나면 모든 층에서 스프링클러와 방화문이 작동해야 하는데 그런 규정이 생기기 전 완공된 곳이 많다. 소방당국은 지난달 화재 양상에 따라 세분화한 대피 매뉴얼을 마련했으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방화문은 항상 닫힌 상태로 유지돼야 하는데 열려 있는 경우가 많다. 문이 닫히지 않게 소화기나 벽돌로 고정해 놓기도 하고, 문닫힘 방지용 나무조각을 끼워놓은 곳도 있다. 계단을 이용해 출입하거나, 통풍 등 편의를 위해서다.

방화문은 건축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복도나 계단, 출입구 등으로 유독가스나 불꽃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되는 문이다. 때문에 언제나 닫힌 상태여야 하고, 연기나 불꽃을 감지하면 신속히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 방화문이 열려 있으면 화재 시 계단을 통해 다른 층으로 유독가스와 불이 급속도로 번져 피해가 커진다. 서울 화재도 발화지점이 3층인데 방화문이 모두 열려 있어 계단을 타고 연기가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30대 남성이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도 방화문이 열려 있던 이유가 크다.

오래된 아파트는 소방안전시설이 미흡하다. 2004년 소방법이 개정된 이후 스프링클러 설치 등이 의무화됐지만, 이 규정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2005년 이전에 완공된 아파트는 소방안전점검 때 확인하는 설비인 소화기·스프링클러·화재감지기·가스누설 경보기·완강기·내림식 사다리·경량칸막이 등을 대부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노후 아파트는 화재에 거의 무방비 상태다. 안전설비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 아파트 차원에서 설비를 추가 설치하려면 관리비 인상 부담에 꺼리는 주민들이 많다. 안전이 우선인 만큼 비상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노후 아파트의 화재장비 설치를 유도하고, 예산 일부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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