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전에 수소 밸리· 전기차로… ‘남유럽 모터’의 변신
“체질 안 바꾸면 미래 없다”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자리 잡은 79년 전통의 자동차 부품 업체 ‘MMM그룹’. 각종 자동차용 금속 배관을 만드는 기업으로, 닛산과 폴크스바겐, 도요타, 벤츠, BMW 등 수많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해온 기업이다. 그러나 지난 14일(현 지 시각) 방문한 공장에서 “회사의 핵심 제품”이라며 소개받은 건 차량 부품이 아닌 ‘수소 개질기’였다. 가로 2.3m, 세로 1.1m, 높이 1.6m로 마치 변압기를 연상케 하는 직육면체 기계는 메탄올을 연료로 수소를 만들어낸다. 에릭 위스캄프 MMM그룹 엔지니어링 부문 총괄은 “우리가 개발한 ‘메탄올 리포머(수소 개질기)’는 지난 9월 판매를 시작했다”면서 “2030년이 되기 전까지 생산 용량을 두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4차 산업 시대의 변방으로 취급받던 유럽이 산업 전환을 통한 부활을 꾀하고 있다. 유럽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국가는 스페인, 그 안에서도 북동부 카탈루냐 지역이다. 서비스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스페인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직격탄을 맞았고, 산업계에선 “지금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위기 의식이 높아졌다. 특히 ‘남유럽의 경제 모터’라 불리며 제조·기술 산업이 발달한 카탈루냐 지역은 수소 산업과 전기차 전환,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 등을 통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온화한 날씨 덕분에 스페인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올 6월 기준 46%에 달한다. 카탈루냐는 이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탄소 배출이 없는 ‘녹색 수소’를 생산·운송·사용하는 거점으로 지중해 주요 물동항인 타라고나 항구를 낙점했다. 100여 개의 석유화학 기업이 밀집한 남유럽 최대 화학산업단지로서 수소 운송에 쓰이는 암모니아와 메탄올이 많기 때문이다. 렙솔 등 에너지 기업 중심 컨소시엄은 이곳에 3억1000만유로(약 4440억원)를 투입해 오는 2026년부터 남유럽 최대 규모 수소 발전소와 저장 시설을 짓는다. 항구에서 바르셀로나와 프랑스 마르세유까지 연결되는 수소 운송 파이프 라인도 구축한다. 수소 관련 모든 가치 사슬이 연결된 수소 산업집적 단지 ‘수소 밸리’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과 기관만 255곳에 달한다.
산업 전환의 또 다른 축은 전기차이다. 현지 대표 완성차 기업으로 지금은 폴크스바겐그룹에 속해 있는 세아트는 현지 생산 공장에서 오는 2025년부터 연간 8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마르크 리에라 세아트 부사장은 “52개 회사와 협력해 전기차 부품의 75%를 국내 조달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했다”며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수소 차량 개발도 한창이다. 전기차 스타트업 QEV 테크놀로지스의 생산 공장에선 현대차 수소연료전지를 가지고 만든 수소 상용차가 개발 막바지 단계에서 점검을 받고 있다. 호세 라몬 베이가 QEV 이사는 “장거리용 고속버스용으로 개발 중”이라며 “현재 규제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인데,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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