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벗어나려는 몸부림”… 韓 현대사진 개척한 ‘구본창의 항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밧줄로 칭칭 감은 얼굴을 한 남자의 몸을 담은 사진, 표면엔 긁힌 자국이 가득하다.
1988년 서울 워커힐미술관에서 열린 '사진, 새시좌(視座)'전에 사진가 구본창(70·사진)이 출품한 이 작품은 '탈의기'.
이러한 구본창의 작품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화상’부터 ‘콘크리트 광화문’까지
작품 500여점-자료 600여점 소개
성공한 작가의 색다른 면모 눈길
작가는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직접 퍼포먼스를 하며 필름을 긁거나, 두 개의 필름을 겹쳐 콜라주를 하고, 사진용 물감을 이용해 색을 입힌 뒤 합친 필름을 다시 인화하는 등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이 사진들은 ‘연출 사진’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지금은 한국 현대사진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구본창의 작품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 지금의 구본창 만든 초기작 눈길
전시의 시작은 독특하게도 구본창의 작품이 아닌 그의 수집품이다. ‘호기심의 방’이란 주제로 구성된 첫 전시장에서는 그가 모은 책, 포스터 등 다양한 오브제를 소개한다. 한희진 학예연구사는 “구본창 작가는 좋은 학교를 나오고 승승장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꼈고, 이 때문에 버려진 것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며 “이런 마음에서 우러난 ‘수집벽’에서 작품이 출발했음을 보여주고자 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다음 ‘모험의 여정’ 주제로 넘어가면 작가가 독일 유학을 다녀올 무렵 초기작이 소개된다. 유학 시절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모아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등 세계 주요 도시를 여행하며 기록한 ‘초기 유럽’ 시리즈, 이방인으로 느낀 소외감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담은 ‘일 분간의 독백’ 등이 펼쳐진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막막함을 즉석 필름 카메라로 담아 사진계 안팎에 큰 인상을 남긴 ‘열두 번의 한숨’도 볼 수 있다. 한 학예연구사는 “유명 작품 말고도 구본창 작가가 그간 부지런히 다양한 작업을 해왔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 달항아리 등 대표작, 제작 맥락 담아
구본창의 잘 알려진 작품들도 전시장에서 물론 볼 수 있다. 아버지의 임종을 기록한 ‘숨’ 시리즈는 ‘하나의 세계’ 섹션에서, 조선백자 달항아리를 담은 ‘문 라이징 III’은 ‘영혼의 사원’ 섹션에서 각각 소개된다. ‘문 라이징 III’은 세계 곳곳에 소장된 백자 달항아리 12개를 촬영한 작품으로, 마치 달이 뜨고 지는 듯한 광경이 연출된다.
무속 신앙과 불교에서 사용된 종이꽃을 담은 ‘지화’, 야외에 놓인 콘크리트 광화문 부재를 촬영한 ‘콘크리트 광화문’ 시리즈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잘 알려진 시리즈에 대해서는 작가가 어떻게 처음으로 그것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설명을 충실히 담아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 벽면에는 작가의 생애, 작품 제작 계기, 전시 개최 배경 등을 상세하게 정리한 연보가 있다. 내년 3월 10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野, 총선앞 ‘쌍특검’ 강행… 대통령실 “즉각 거부권 행사”
- 김근식 “민심에 ‘김건희 리스크’ 분명 있다… 제2 부속실 건의해야”[중립기어 라이브]
- 비서실장 이관섭, 정책실장 성태윤, 안보실장 장호진 임명
- 이선균 두달새 세차례 포토라인 서… 비공개 출석 요청했지만 경찰 거부
- ‘이선균 협박 혐의’ 유흥업소 실장과 공모 20대女 구속…“도주·증거인멸 우려”
- [단독]北, JSA서 소총 반입하고 초소 복구… 9·19합의 이전으로 ‘전면 재무장’
- “실수가 잦고, 대화할 때 집중이 잘 안돼”
- 이준석 “한동훈, 영남권 의원 60명 중 40명 칠 것”
- 송영길 “혐의 인정 안 해…한동훈, 민주투사처럼 행동”
- 옥중노트 공개한 이화영 “檢 회유·압박에 허위진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