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로 만든 종묘제례악… 아이들에 문화유산 소중함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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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뉴욕, 파리. 해외 도시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문화유산을 조립하는 레고 시리즈는 많아요. 그런데 우리 문화유산과 관련된 레고 시리즈는 단 하나 숭례문뿐이에요. 이마저도 단종됐죠."
한국의 문화유산을 레고로 조립한 작품을 선보인 아트북 '아빠가 만들어준 레고'(난다)를 최근 출간한 레고 아티스트 소진호 씨(49·콜린 진)가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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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탈 등 한국유산 시리즈 창작
“정조 화성행차 제작이 최종 목표”
한국의 문화유산을 레고로 조립한 작품을 선보인 아트북 ‘아빠가 만들어준 레고’(난다)를 최근 출간한 레고 아티스트 소진호 씨(49·콜린 진)가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책엔 ‘광화문’, ‘일월오봉도’, ‘하회탈’ 등 레고 블록으로 조립한 문화유산 시리즈 20여 점이 사진으로 실렸다. 모든 작품은 레고 회사의 설계도면 없이 그가 창작한 것이다.
장난감 회사를 세운 아버지 덕에 어릴 적부터 장난감과 친숙했던 그가 레고 블록으로 한국 문화유산 시리즈를 창작한 건 2020년부터다. 이전까진 2007년 태어난 아이를 위해 볼펜과 같은 일상용품을 손수 만들던 그에게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런던 브리지나 에펠탑 같은 레고 시리즈를 손끝으로 만지고 조립하면서 이런 건물들이 역사적으로 중요하다는 걸 깨쳐요. 그런데 정작 우리 문화유산과 관련된 추억은 만들 수가 없는 거예요. 레고 시리즈가 출고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직접 우리 문화유산을 레고 블록으로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레고 회사에서 상품을 만들어주길 기다리는 것보다 직접 만드는 게 더 빨라서”다. 첫 작품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승려들의 춤 ‘승무(僧舞)’였다.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곡선의 율동을 각지고 네모난 레고 블록으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가 찾은 해법은 블록과 블록을 접한 사이의 틈을 살짝 벌려 아코디언처럼 팔 동작을 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 덕에 ‘학춤’과 ‘새춤’을 추는 레고 작품의 팔 동작이 물결 치듯 생생하게 묘사됐다.
‘종묘제례악’은 그가 18개월간 수천 개 넘는 레고 블록을 조립해 만든 대표작이다. 국립국악원의 종묘제례악 공연 사진을 자료 삼아 태평소 등 악기 14가지와 88인의 악사 및 악공 등 연주자들을 레고로 창작했다. 그는 “정조의 화성 행차를 레고 블록으로 창작해보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제 작품을 접한 아이들이 직접 창작한 레고 작품을 사진 찍어 보내줄 때 가장 뿌듯해요. 만들고 싶은 장난감이 없으면, 직접 만들면 되는 거예요.”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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