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숨진 채 발견' 뒤 충격 반전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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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오늘, 2003년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한 아파트에 일을 마치고 귀가한 남편 나모(당시 34) 씨는 잠겨 있는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아내 박모(당시 31) 씨와 아이들은 나오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숨진 박 씨와 아이들 모습을 보고 박 씨가 자녀들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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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20년 전 오늘, 2003년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한 아파트에 일을 마치고 귀가한 남편 나모(당시 34) 씨는 잠겨 있는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아내 박모(당시 31) 씨와 아이들은 나오지 않았다.
나 씨는 마침 열려 있던 아파트 복도 쪽 작은 창문 안으로 박 씨의 핸드백을 꺼내 집 열쇠를 찾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숨진 박 씨와 세 살배기 아들, 10개월 된 딸을 발견한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숨진 박 씨와 아이들 모습을 보고 박 씨가 자녀들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박 씨가 크게 반항한 흔적이 없고 아파트 출입문이 모두 잠겨 있는 등 외부 침입 흔적도 없었다.
그러나 나 씨는 “아내가 이런 일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도 박 씨가 자녀를 살해한 방법이 잔혹한 점과 박 씨의 한 손에 쥐어져 있던 찢어진 종이를 의심하던 터였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나 씨와 함께 있던 여성이었다. 이 여성에 대해 나 씨는 경찰에 “현장을 보고 너무 놀라서 아내와 친한 이모(당시 31) 씨를 불렀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가족처럼 슬퍼했던 이 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시종일관 한쪽 손을 숨겼다.
경찰이 확인한 이 씨 손에는 억센 줄을 쥐어 생긴듯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경찰의 추궁 끝에 마침내 입을 연 이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러면서도 이 씨는 “절대로 증거를 찾을 순 없을 것”이라며 도발했다.
그러나 그 말이 무색하게 이 씨의 집에선 범행 수법과 도구를 그려놓은 일기장이 발견됐다. 박 씨를 죽이겠다는 다짐도 적혀 있었다.
범행을 계획하고 박 씨 집을 찾은 이 씨는 자신을 ‘이모’라 부르며 잘 따르는 박 씨의 첫째 아들을 작은 방으로 유인해 숨지게 한 뒤, 박 씨에게 ‘깜짝쇼’를 보여주겠다며 눈을 가려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 손에 있던 종잇조각은 그가 살기 위해 발버둥치다 잡은 이 씨의 범행도구 중 일부였다.
박 씨가 숨지면서 저항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품에 안은 둘째 딸을 놓칠까 봐서였다. 그러나 이 씨는 박 씨 둘째 딸의 목숨마저 앗아갔다.
2년 전 동창 모임을 통해 박 씨와 다시 만난 뒤 친분을 이어가던 이 씨는 그동안 친구의 결혼 생활을 질투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이 씨는 “(친구가) 겉으론 잘해주는데 뒤로는 제일 무시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씨가 박 씨의 남편인 나 씨와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 중 드러났다.
검찰은 사건 다음 해인 2004년 7월 이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참회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극형을 고려함이 마땅하지만 교화와 개선의 가능성이 미약하나마 남아 있는 점을 참작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이 씨는 이후 반성문을 제출하며 항소와 상고를 이어갔지만, 2005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고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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