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정면 돌파 택한 尹…'여사 감싸기' 부담
'제2부속실 부활' 관측 일축…여사 행보 최소화할 듯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이른바 '쌍특검' 법안에 대해 정면 돌파를 택했다. 정부로 이송되는 즉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제2부속실 부활 등 '여사 리스크' 개선 조치 요구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점으로 야당의 '김건희 방탄' 공세가 심해지고 그에 따른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쌍특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0여 분 만에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행사 시한인 내년 1월 중순까지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 숙고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법안이 정부에 이송되기도 전에 공식적으로 거부권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여야 합의 처리가 아닌 야당이 단독 처리했다는 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쟁 법안'이라는 점을 꼽았다. 예를 들어 특검법에는 특검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게 한 조항이 있어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문제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일찌감치 쌍특검 법안에 대한 입장을 공유하고 대응을 논의했다. 앞서 지난 25일 윤재옥 원내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은 긴급 고위 당정 협의회를 열고 김 여사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관섭 정책실장도 지난 24일 방송에 출연해 특검 법안에 대해 "총선을 겨냥해서 흠집 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라고 이례적으로 공개 발언했다.
정치권에선 독소 조항을 수정하거나 총선 후 특검 추진으로 야당과 협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신속하게 입장 표명한 것도 야당과의 '협상'에 끌려다니며 총선 주도권을 빼앗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총선 후 특검 수용' 가능성에 대해 "가정적인 질문에 답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윤 대통령의 정면 돌파로 '김건희 방탄' 프레임에 대한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세 차례 법안(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방송3법) 때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60%가 넘는 국민이 김건희 특검에 찬성하고,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일부 여론조사도 나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대통령은 가족 연루 의혹에 대해 수사 또는 특검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국회의원, 삼남 김홍걸 의원은 부친의 재임 기간에 이권 청탁 연루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또 지난 2012년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사건'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시형 씨는 현직 대통령 자녀로는 처음으로 특검 조사를 받기도 했다.
특히 '여사 리스크'를 방치하면서 제2부속실 부활 등 견제 장치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부정 여론을 되돌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제2부속실 설치 가능성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대통령실에서 낼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달 드렸다"며 "나머지 필요한 메시지가 있으면 추후에 검토해서 다시 알려드리겠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향후 여사의 공개 일정을 최소화하는 등 이전과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여사는 이달 초 윤 대통령과 자승 대종사 조문에 참석하고, 중순에 네덜란드 순방에 동행한 이후 공개 일정을 자제하고 있다. 1년 전에는 윤 대통령과 함께했던 성탄 미사와 성탄 예배에도 올해는 참석하지 않았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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