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지정학적 파고 넘기 위한 韓의 지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게 돼
美 트럼프 재선 땐 예측불허
리스크 해법 다방면 모색을
2023년 한국 외교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성과를 이뤘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을 통해 ‘전략적 투명성’에 기반을 둔 대외정책을 추진했고,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유사 입장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규칙기반질서를 회복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2024년의 한국 외교는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로 중동지역 내 친이란 세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패배가 가까워졌다고 단언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라크에서 헤즈볼라로부터 공습을 받고 있으며 예멘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과연 하마스의 패배가 중동지역의 안정을 가져올 것인지, 그리고 아브라함협정에 기반한 중동지역 세력균형 재편 과정이 복원될 수 있을 것인지 불확실하다.
넷째, 북한은 내년 언제라도 도발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은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영변의 실험용 경수로를 가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은 단발성이 아닐 것이며, 그에 따른 북러 간의 연대도 지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지정학적 도전은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이다. 전국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를 압도하는 후보는 부재한 상황이다. 이미 국제사회는 트럼프 행정부를 경험해 왔기에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은 위와 같이 앞으로 더욱 현저해질 지정학적 도전에 대한 트럼프 후보의 입장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트럼프 후보의 대선공약은 중국과의 경쟁과 국경 안보에 집중되어 있을 뿐, 나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대만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와는 확연한 정책적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김정은과의 만남에 대한 미련으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와 구축해온 한미 간 대북 공조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 즉 트럼프 후보가 재선될 시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방위공약에서 대부분 후퇴하며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주요 현상변경 국가들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고립주의적 입장에 대해 미국 공화당 유권자들이 동조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미국 경기가 지표상으로는 회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유권자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도전 요소로 인해 지난 1년간 한국이 쌓아온 노력이 수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시 미중 간 헤징으로 회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4년 전과는 달리, 지금의 미국은 오히려 중국에 대한 우위를 일정 정도 확보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이념에 경도된 시진핑 체제는 앞으로도 중국 경기회복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노력을 기반으로 한국은 한미동맹에 대한 레버리지, 지역아키텍처에 대한 한국의 공약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만 만약의 경우 거래주의적 트럼프 대통령과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지혜는 이러한 방향에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 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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