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미래] 정년연장, 복지고용이 되지 않아야

2023. 12. 2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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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필요 아닌 법적 강제 땐
고용부담 떠안아 부작용 크고
노동시장 양극화 더 심해질 것
정년 아닌 고용 연장이 바람직

올해 현대자동차, 기아의 단체교섭에서 정년연장이 노사 간의 주요 이슈였다. 전기차 시대의 도래에 따라 인력 감축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측은 파격적인 임금인상으로 노측의 정년연장 요구를 가까스로 물리칠 수 있었다. 현대차, 기아의 새로 구성된 노조집행부도 정년연장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었기 때문에 현대차, 기아에서는 정년연장을 둘러싸고 노사 간의 힘겨루기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나라 전체로는 국민연금 개혁과 맞물려 현재 60세인 법적 정년을 상향 조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 국민의 국민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이 60세를 훌쩍 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필요가 아니라 법적 정년연장에 의해 정년이 연장된다면 고령자의 고용 부담을 기업이 안게 되는 ‘복지고용’이 되면서 임금조정, 청년 일자리 대체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청년 노동력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현 시점이 청년일자리 대체 가능성을 줄이면서 고용연장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이나 60세 법적 정년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현실에서는 신중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 연공급 보수체계로 인해 법적 정년이 60세인 현재에도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연령이 50세 초인데, 성과급·직무급으로의 보수체계 개편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연공급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당분간 바뀌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년이 복지고용의 방식으로 연장된다면 60세 법적 정년의 경우와 같이 대기업, 공공부문 근로자만이 혜택을 볼 것이고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30인 이하 중소기업은 정년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고령층 근로자라도 아쉽기 때문이다.

시장적 관점에서 보면 고령층의 소득 단절을 우려하여 정년을 연장할 필요는 없다. 정년 이후에도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60∼64세 연령층의 고용률은 62.6%이다. 2013년과 대비하여 5.2%포인트 상승하였다. 고령층 일자리의 질의 문제는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해결하여야지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시기를 법적으로 연장하는 정년연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노동시장의 노동력 부족 문제, 일자리 통한 노령층의 소득 제공은 우리나라보다 일찍 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을 벤치마킹하여야 한다. 일본의 법적 정년은 아직 60세이나 새로운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재고용을 통해 대부분 근로자가 65세까지 일하고 있고, 2021년부터는 법으로 부과된 70세 취업확보 조치 노력의무로 인해 많은 노령근로자가 취업 기회를 가진다. 2022년 기준으로 일본의 65세 고용확보의 유형을 보면 재고용(계속고용)이 70.6%, 정년연장 25.5%, 정년폐지 3.9%이다. 연공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정년폐지를 선택한 경우도 많았다. 3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3년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이 원하는 고용자 계속고용방식은 재고용 67.9%, 정년연장 25.1%, 정년폐지 7.1%의 순이다.

일본의 경우 65세 고용확보 조치로 인한 재고용 시 임금은 정년시점 대비 평균 70%, 대기업은 50% 정도로 하락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계속고용급부금의 지원 등으로 계속고용 근로자의 임금 실수령액은 정년시점 대비 80∼90%였다. 우리나라도 계속고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와 같이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1990년대 말부터 기업들이 연공급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여 왔고, 대기업 임금수준이 우리나라 비해 절대적으로 낮고 중소기업 대비 상대임금도 낮기 때문에 우리의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이 일본에 비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은 크다.

결론적으로, 정년연장이 복지연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년연장이 법적 강제보다는 고용연장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기업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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