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호의플랫폼정부] ‘공무원인 게 너무 신나요’, 이런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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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령이 낮고 재직기간이 짧으며 하위직급의 경우 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이 높게 나타났다.
월급이나 퇴직연금과 같은 경제적 안정을 충분히 제공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공복으로서의 사명감을 넘어 공무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무언가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공무원에게 책임만 요구하고 자율적 판단이나 자유로운 사고를 주저하게 한다면 이율배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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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 자율성 주고 소통 늘려야
196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이 국가 형성을 도모하고 경제발전을 추진하는 데 결정적인 견인 역할을 했던 것이 정부 관료제이며, 그 중추가 바로 공무원이었다. 당시 사회적 지식보다 앞섰던 그들의 전문성, 공복으로서의 사명감, 더 나아가 애국심 등이 공직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신화를 만들었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 공무원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때다.
공무원은 선한 행위자이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복이어야 한다는 당위적 믿음이 과연 21세기 디지털 사회에서도 통용되는지 챙겨봐야 한다. 세상이 변하면 사람도 변하기 때문이다. 개인을 희생하고 소명의식에 기댄 열정 애국을 내세우는 것은 그만하자. 공무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일반 개인과 기본 욕구는 비슷하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령이 낮고 재직기간이 짧으며 하위직급의 경우 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이 높게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인 중앙부처와 광역자치단체 공무원 6000여명 중 46.2%가 이직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염려스러운 점은 20∼30대 공무원의 응답(56.7%)이 10.5%포인트 더 높았다. 이런 수치는 어쩌면 당연하다. 가치관이 다른 MZ세대를 기성세대처럼 생각하는 것이 착각이고, 경직된 관료문화가 그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이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공직사회 전체의 시한폭탄으로 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불안한 신분과 처우는 무의식적으로 공무원 스스로 보호장치를 마련하도록 몰아가고 있다. 복지부동이나 책임회피 또는 갑질 등으로 대변되는 공무원사회의 부정적 측면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런 문제가 내재한 상황에서 더 악화시키는 요인들을 통제하고 개선할 방법을 시급히 모색하는 게 현명하다.
월급이나 퇴직연금과 같은 경제적 안정을 충분히 제공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공복으로서의 사명감을 넘어 공무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무언가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위공직자 처우 개선이나 성과 중심 보수체계 강화 등을 통한 공직 수행의 동기부여도 좋으나 근본적으로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한다면 문제 해법을 바꿔야 한다.
최대한 자율을 주되 책임도 최대한으로 물어야 한다는 넷플릭스의 운영철학을 보라. 공무원에게 책임만 요구하고 자율적 판단이나 자유로운 사고를 주저하게 한다면 이율배반적이다. 관료제라는 조직 내에서 한 개인이 느끼는 자유로운 분위기, 그런 공직문화가 시급하고 절실하다. 어떤 질문을 해도 나에게 해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전략처럼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자.
가까운 미래에 AI와 공존해야 하는 신(新)공무원을 양성하고 그들의 능력을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기성세대와 문화적으로 결이 다른 MZ세대와 알파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공직문화 개혁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래야 그들에게 열정 애국이 아닌 넘치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대할 수 있다. 새해엔 정부혁신이 혁신되길 바란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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