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곤돌라 대신 자연을 더 허하라
남산이 위기다. 2009년 서울시가 남산 정상부 접근성 개선을 이유로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지만, 서울시의회가 생태계 훼손 우려와 기존 남산 케이블카와 중복 문제 등으로 해당 사업을 부결시킨 바 있다. 다시 7년이 지난 2016년, 급격하게 증가한 중국인 관광객을 이유로 재추진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무산되었다.
그리고 또 7년이 지난 2023년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울시는 남산 곤돌라 사업을 꺼내들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양양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가지고 추진되었다면, 남산 곤돌라는 명동 상권 활성화가 주요 명분이다. 케이블카는 관광 수요가 많으면 많은 대로 관광객 편의를 위해 추진되고, 수요가 적으면 적은 대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된다.
14년 전 서울시의회가 지적한 남산 곤돌라로 인한 생태계 훼손 우려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에 없던 스카이워크 사업까지 추가되어 피해 규모와 악영향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가 남산에서 추진하고 있는 곤돌라와 스카이워크가 모두 생태경관보전지역과 비오톱 1등급, 개별비오톱 1등급 지역을 지나기 때문이다. 거대도시 서울에서 남산이 여러 제도로 보호받고 있는 이유는 황폐한 도시 생태계에서 동식물들의 피난처(Refugia)이자 서울의 핵심적인 생태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곤돌라 사업에 따른 논란을 의식한 듯 남산의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확대하고, 인공구조물을 복원하고, 샛길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서울시가 남산 관리계획을 통해 추진해온 행정의 연장선이다. 이런저런 복원계획을 버무려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라 부른다고 남산 곤돌라가 친환경 사업이 될 수는 없다.
서울시는 자신들이 배포한 보도자료 말미의 서울시민 여론조사 결과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시민들은 남산 정상부 접근이 힘들지 않고, 남산의 생태환경과 여가공간이 좋은 편이라고 느끼며, 남산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할 과제는 생태환경 복원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서울시가 남산이라는 조각난 숲을 복원하고, 동시에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애써온 것에 대해 시민들이 격려하고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애써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서울시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선택을 하고 있다.
서울시의 선택은 남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도 개발사업 추진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일부 지자체들은 설악산과 남산의 사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선례가 생기면 해당 지역에서 비슷한 형태의 개발사업을 추진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공원일몰제 대응 등 공원녹지 정책에서 우수한 사례를 많이 만들어왔다. 이는 회색도시 서울에서 시민들에게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의 과정이었다. 서울시의 건강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만든 녹색서울시민위원회 등 거버넌스의 힘도 컸다. 부디 서울시가 남산 개발의 빗장을 열지 않기를 바란다. 서울을 비롯해 우리의 도시에는 앞으로 더 많은 자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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