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동산에 가려진 4·3 학살터 ‘도령마루’
[KBS 제주] [앵커]
4·3 당시 무고한 도민들이 희생됐던 도령마루라는 곳, 들어보셨습니까?
도민들에겐 해태동산이란 지명으로 더 익숙할 텐데요,
그동안 해태동산이라는 이름에 가려졌던 도령마루에 추모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허지영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제주공항에서 제주 시내로 빠져나가는 길.
제주도민들에게 해태동산으로 불려온 제주시 도령마루입니다.
4·3 학살터로 꼽히지만 오래된 주민들에게만 흐릿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진영희/도령마루 인근 주민 : "사람들이 사람 많이 죽었다 그러더라고. 땔감 하러 와보니까 사람 많이 죽고. 거기 도둑도 많고, 무섭고 그렇다더라고."]
음악에 맞춰 천으로 위령물을 어루만집니다.
잊혀진 세월을 위로하듯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춤사위를 벌입니다.
4·3 학살터인 도령마루에 처음으로 희생자 위령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문덕숙/도령마루 희생자 유족 : "우리 집안의 자랑이었던 오빠, 총알 자국이 아홉 군데나 있는 걸 보고, 할머니는 대성통곡을 하다가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어요."]
지금까지 확인된 4·3 당시 도령마루에서 학살된 도민은 80여 명.
1948년부터 이듬해까지 마을 10여 군데에서 저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끌려와 이곳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역사적 비극은 소설가 현기영의 단편 '도령마루의 까마귀'를 통해 알려졌지만 추모 공간이 들어서기까지 70년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김창범/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 "4·3의 비극적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령마루가 4·3의 역사적 진실을 기억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길 바랍니다.)"]
이제야 제 이름을 되찾은 도령마루.
70여 년 만에 조성된 이곳 위령 공간이 도민들에게조차 잊혀졌던 도령마루를 후손들에게 기억하도록 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
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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