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설계자’ 쇼이블레 원로의장 별세
의회 설득 ‘수도 베를린’ 관철
독일 통일 당시 서독 내무장관으로 동·서독 간의 통일조약 협상을 주도했던 볼프강 쇼이블레 연방하원 원로의장이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1세.
27일 독일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쇼이블레 원로의장은 전날 저녁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족들은 그가 평안한 상태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잉게보그와 네 명의 자녀가 있다.
쇼이블레 원로의장은 1942년 9월18일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한때 세무 공무원으로 일했으나 1972년 서독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1984년에는 헬무트 콜 당시 총리의 비서실장에 발탁돼 내각에 처음 합류했다.
그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이었다. 당시 내무장관이었던 그는 통일조약을 마련하기 위해 동독 측과의 협상을 주도했으며 1990년 10월3일 독일이 분단 45년 만에 통일되는 과정에 기여했다.
쇼이블레 원로의장은 통일 9일 만인 1990년 10월12일 선거 유세 중 괴한의 총격을 받아 하반신이 마비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몇 주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해 통일 독일의 수도가 베를린이 돼야 한다고 의회에 호소해, 이를 관철시켰다. 외신들은 그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면서도 평생 열정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평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재임 시절에는 내무장관과 재무장관 등을 역임했으며, 특히 2010년 그리스의 국가부도로 유럽 재정위기가 촉발하자, 남유럽 국가들의 차입 제한을 촉구하는 등 매파적인 기조로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했다. 메르켈 전 총리와는 이주민 문제 등의 현안에서 각을 세우면서도 유대감을 유지하며 내각에 힘을 실어줬다.
쇼이블레 원로의장은 기독민주당(CDU) 대표와 원내대표 등을 역임했고, 2017년에는 독일 연방하원 의장으로 선출돼 2021년까지 재직하며 중량감 있는 원로 인사로 자리를 지켜왔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엑스(옛 트위터)에 “(고인은) 반세기 넘게 우리 나라를 형성해 온 인물”이라며 “그의 사망으로 독일은 총명한 사상가이자 열정적인 정치가, 강경한 민주주의자를 잃게 됐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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