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43억 빌려준 은행권, 손실 불가피…‘제2 태영’ 유무가 관건
산은 2002억·KB 1600억 등
안정성 흔들 가능성은 낮아
PF 위기 중소사로 확산 땐
대출 많은 제2금융권 ‘타격’
레고랜드 사태 재연 우려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을 신청함에 따라 태영건설에 수천억원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일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기업대출의 절반가량이 건설·부동산업에 몰려 있는 2금융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추가 확산할 경우 지난해 10~11월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 신청) 때와 유사한 자금 경색 위기가 재연될 수 있어 우려된다.
28일 태영건설이 공시한 지난 3분기 말 차입금 현황을 보면 장기차입금은 총 1조4942억원, 단기차입금은 총 6608억원에 이른다. 이 중 국내 은행에서 빌린 돈은 장기차입금 4693억원, 단기차입금 2250억원 등 총 72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PF 대출 1292억원, 단기차입금 710억원 등 2002억원 규모의 채권을 갖고 있다. 이어 KB국민은행이 PF 대출 1500억원과 단기차입금 100억원 등 1600억원, 기업은행이 PF 대출 997억원, 우리은행이 단기차입금 720억원의 채권을 보유 중이다.
신한은행은 PF 대출 436억원과 단기차입금 200억원 등 636억원, 하나은행은 PF 대출 169억원과 단기차입금 450억원 등 619억원을 각각 태영건설에 빌려줬다.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채권 행사 유예 등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이 추진되므로 금융기관이 보유한 채권 중 일부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에선 은행권이 부동산 PF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조 단위로 적립한 상황이라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당장 은행 안정성을 흔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는 기업대출이 건설·부동산업에 쏠려 있는 2금융권에서 일어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비은행권의 기업대출 중 건설업·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47.4%로, 은행(24.0%)의 2배 수준이다. 2금융권의 차입금 현황을 보면 태영건설은 한화생명보험에서 845억원, IBK연금보험·흥국생명보험에서 각 268억원, 농협생명보험에서 148억원의 PF 대출을 받았다. 농협손해보험은 333억원, 한화손해보험·푸본현대생명보험은 각 250억원의 시설자금 대출을 실행했다.
증권사 중에는 KB증권이 412억원의 PF 대출을 제공했다. 하나증권이 300억원, 한양증권이 1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빌려줬다. 또 새마을금고가 총 693억원, 신협중앙회가 397억원을 대출했고 애큐온저축은행이 50억원을 빌려줬다.
부동산 PF 위기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을 신호탄 삼아 또 다른 중소 건설사로 번지면 2금융권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 발생한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때처럼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자금 조달 비용이 치솟아 자산 규모가 작은 2금융권 회사들은 자금운용에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다.
신용등급이 없는 저축은행 47개사를 분석한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47개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은 67.9%에 이르는데, 이들 중 43개사는 자산 규모가 1조원 미만이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2금융권과 함께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거나 정상화 펀드를 조성하는 등 부동산 PF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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