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서방 지원 없으면 연금·공무원 월급 못 줄 판”

김지원 기자 2023. 12. 2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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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재정 지원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금 지급을 연기하게 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통과에 차질이 빚어지자 국정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서방 국가들에선 지난여름 이후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사실상 실패했다며, 소모적인 전쟁을 매듭짓자는 휴전론이 제기되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경제부 장관은 “(서방의 지원이 없다면) 공무원 50만명, 교사 140만명과 연금 수령자 1000만명이 돈을 제때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맹국들의 지원은 매우 중요하고, 긴급히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EU와 미국이 내년 초로 약속했던 재정 지원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600억달러(약 77조3000억원)를 지원하는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 의회에 계류 중이다. EU 역시 이달 중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 회의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4년간 총 500억유로(약 71조6000억원)를 지급하는 장기 지원 패키지에 합의할 계획이었지만 헝가리가 이를 거부하면서 지원금 조달이 불투명해졌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유럽 내 대표적인 친러 인사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9월부터 서방의 지원이 약해질 것을 대비해 현금을 절약하고 지출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등 자구책을 찾아왔다. 그러나 이런 상태를 오래 지속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측의 입장이다. 스비리덴코 장관은 “우크라이나는 국방과 부채 상환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며 이는 특정 사회 부문에 자금이 부족해질 위험이 크다는 뜻”이라고 했다.

같은 날 러시아는 자국의 재정 안정성을 과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각료 회의를 주재하며 “올해 재정 적자는 이전에 언급한 2%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며 1.5%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원유 수출선을 유럽에서 중국·인도 등으로 우회하는 방식 등으로 대처해 왔다. 일각에선 푸틴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 성장’을 치적으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FT는 “러시아 경제는 수입 의존과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제한된 접근으로 인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과열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러시아 중앙은행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고 수준인 14.2%까지 치솟았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한편 미국 내 우크라이나 지원 여론이 약화하면서 미 정부가 전쟁 전략을 ‘완전한 승리’에서 ‘종전 협상서 유리한 위치 확보’로 바꾸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이 전쟁은 협상을 통해서만 끝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그 상황이 왔을 때 우크라이나가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과 EU 관계자들은 반격에 실패한 우크라이나군을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강력하게 방어할 수 있는 위치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2일 러시아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푸틴 또한 지금의 점령지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휴전하는 방안을 측근들에게 언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빼앗은 영토를 수복하기 전까지 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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