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균 사망에 '책임론'까지…다급한 경찰 "수사에 문제없다" 항변[이슈S]

장진리 기자 2023. 12. 2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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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균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배우 이선균(48)이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 수사를 받던 중 비극적인 마지막을 맞이하면서 경찰의 책임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선균은 27일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근처에 세워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칸의 남자'라 불리며 커리어의 정점에 섰던 그는 마약 투약 혐의라는 치명적인 논란에 휘말려 추락하던 가운데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지난 10월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경찰의 입건은 이선균과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유흥업소 여실장 A씨(29)의 증언이 핵심이었다.

A씨는 이선균과 수차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선균은 A씨가 건넨 약이 수면제인 줄 알았고, 오히려 A씨에게 협박을 받아 3억 5000만 원을 갈취당했다고 A씨 등을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선균은 입건 후 10월 28일 첫 소환 조사를 받았고, 11월 4일 2차 소환 조사를 받았다. 두 차례 모두 공개 소환 조사로 취재진의 포토라인 앞에 섰다.

세 번째로 소환돼 약 19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지난 23일 이전 이선균 측은 경찰에 비공개로 소환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어렵다"는 취지로 답하며 사실상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균 측의 비공개 소환을 거부한 것은 경찰 수사공보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런데도 경찰이 수사공보 규칙을 어겨가면서 이선균을 포토라인 앞에 세웠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이선균은 경찰이 정식 수사가 시작되기 전 내사 단계에서 이미 신원이 노출됐다. 마약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균과 같은 시기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자진해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돼 누명을 벗은 가수 지드래곤(권지용, 35) 역시 계속 음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계속된 음성 판정 속 이선균을 둘러싼 수사는 계속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선균이 A씨에게 "나도 너 되게 좋아해. 그거 알아?"라고 말한 녹취가 공개되는가 하면, 이선균이 숨진 채 발견되기 직전인 26일에는 A씨가 "이선균이 케타민을 궁금해해 구해다줬다니 투약했다"고 한 진술, 이선균이 "빨대를 이용해 코로 흡입했지만 마약인 줄 몰랐다"라고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내용이 보도에 나오기도 했다.

이선균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된 후 화살은 경찰에게 돌아갔다. 경찰이 무리한 수사로 고인을 압박하고, 수사 정보를 흘려 고인에게 수치심을 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이선균이 강도 높은 조사를 앞두고 비공개 소환 조사를 요청했는데도 이 요구를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경찰 책임론'이 대두됐다.

'경찰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16조 수사 과정의 촬영 등 금지 조항에 따르면 경찰관서장은 출석이나 조사 등 수사 과정을 언론이 촬영·녹화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 가피하게 촬영이나 녹화될 경우에는 사건 관계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고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

▲ 이선균 ⓒ곽혜미 기자

반면 경찰은 "무리한 수사는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여 항변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청주 청원경찰서에서 열린 특별 승진임용식 참석에 앞서 "곧 인천경찰청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할 예정이어서 말씀드릴 부분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다만 경찰 수사가 잘못돼서 그런 결과가 나왔느냐고 생각하면 청장으로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건 사회 전반적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라고 경찰의 수사가 이선균의 사망을 야기했다는 것을 부인했다.

경찰이 이선균 측의 비공개 조사 요청을 거부한 것에 대해 "수사 관행과 공보 준칙을 이 기회에 되짚어서 문제가 있다면 보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라면서도 "그런 수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면 그걸 용납하시겠냐"라고 되물었다.

이선균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에 대해서는 "저의 인생드라마 중 하나에 출연한 배우이자,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배우가 그렇게 된 것은 정말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수사를 맡았던 인천경찰 역시 무리한 수사는 없었고, 모든 수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랐다고 밝혔다.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이날 인천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선균의 사망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김 청장은 "이 사건과 관련한 조사, 압수, 포렌식 등 모든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이 참여했다"라며 "진술을 영상 녹화하는 등 절차를 준수해 수사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3차 소환 당시 약 19시간 동안 밤샘 조사를 벌인 것은 "이선균 변호인이 이선균의 혐의에 대한 조사와 공갈사건에 대한 추가 피해조사를 한 번에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이선균의 진술을 충분히 들어주는 차원에서 장시간 조사가 진행됐다"라고 그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고 강조했다.

3차 조사에서도 공개 소환한 것은 인천 논현경찰서가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면 2층 본관에서 별관으로 이동할 경우 무조건 유리창으로 얼굴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도 항변했다. 이 경우 취재진이 지하주차장으로 함께 이동하면 안전사고도 우려돼 이를 이선균 변호인에게 통보했고, 변호인 역시 "알겠다"고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경찰로부터 수사 과정이 지나치게 흘러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일부에서 제기한 수사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청장은 "경찰수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칙 등 관계 법령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고, 인권보호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이선균은 29일 영면에 든다. 정오 발인 예정으로, 장지는 수원 연화장이다.

▲ 이선균.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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