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GCC 6개국 FTA 타결…자동차 관세 일부 철폐·에너지 수입 공급망 강화

나주예 2023. 12. 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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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보다 앞서 중동국과 FTA 타결
자동차·기계·방산·화장품 수출 활력 기대
"중동·아프리카로 진출 확대 환경 조성"
안덕근(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걸프협력이사회(GCC) 사무총장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한-GCC FTA 타결 공동선언문 서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우리나라가 걸프협력이사회(GCC,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 참여) 6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했다. 산유국 협력체인 GCC 시장과의 FTA 협정을 통해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이 사라지면서 중동을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으로 수출길이 더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GCC 사무총장이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FTA 협상을 타결하고 이를 확인하는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한-GCC FT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25번째 FTA(협상 타결 기준)로 아랍권 국가와는 10월 타결된 한-아랍에미리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협정으로 앞으로 20년에 걸쳐 상품 품목 수 기준 한국은 89.9%의 관세를, GCC 국가는 80.5%의 관세를 철폐하거나 감축한다. GCC 국가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기계류, 화학제품, 무기류, 쇠고기·닭고기·과일·라면을 비롯한 농·축·수산물 등의 관세를 없앤다. 특히 우리나라의 GCC 수출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승용차 ·화물차 등의 일부 관세가 사라지면서 일본, 미국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에 비해 한국산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내연차 및 전기차용 핵심 부품의 관세도 철폐됨으로써 현지에 나선 우리 기업의 조립·생산을 위한 투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GCC 국가가 무기류 대부분 품목의 관세를 없애 중동 시장의 무기 수출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료기기·화장품 등 수출 유망 품목과 쇠고기·참깨·조미김·어묵 등 주요 농축수산물 분야도 개방되면서 중동 식품시장 수출길도 넓어졌다.


"신(新) 중동붐 확산 계기 될 것"

정의선(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의 주거 공간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한국은 GCC 국가의 주력 생산품인 천연가스, 일부 석유제품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없앤다. 특히 우리나라가 도입하는 전체 천연가스의 38.7%가량이 GCC 국가에서 들어오는데 이번 FTA 타결로 천연가스에 부과되고 있는 3% 관세가 15년에 걸쳐 철폐된다. 천연가스는 우리나라의 GCC 수입 품목 중 2위(15%)일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해 에너지 수입 공급망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 전문연구원은 "GCC 회원국인 카타르와 오만은 지난해 기준 각각 우리나라의 2대, 5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이라며 "국제 에너지 가격 영향이 큰 우리나라 입장에서 에너지 안보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FTA 타결에서 GCC 수입품목 비중 1위인 원유의 경우 양국의 이익 균형을 고려해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GCC 수입액 70%가량이 원유인 상황에서 무관세를 적용하면 우리나라가 수입액 기준 약 90% 시장을 개방하게 된다"며 "원유가 광범위하게 원료로 쓰이지만 전체 상호 이익 균형을 위해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일본보다 앞서 GCC 국가와의 FTA 타결을 이뤄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기준 GCC 6개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9위로, 다른 경쟁국에 앞서 GCC 시장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GCC가 중국, 일본 등과도 협상을 진행 중인 만큼 가격 경쟁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한국산 관세가 철폐된 품목 대부분은 기술 우위 품목이 아니라 중국 등과 가격 경쟁을 벌이던 수출품"이라며 "일단 유리한 위치에 선 만큼 중동시장 선점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한-GCC FTA 협상 타결 선언 이후 법률 검토 등을 거쳐 2024년 중 정식 서명을 추진하고 경제적 영향 평가와 국회 비준 동의 등 각국 국내 절차를 거쳐 이른 시기에 협정이 발효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안 본부장은 "이번 타결로 우리나라와 중동 간 협력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내년부터 GCC 6개국과 교역·투자 확대와 함께 중동 전역과 인접한 아프리카 권역까지 산업 및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협력을 집중 추진함으로써 통상과 산업·에너지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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