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00여일 남기고 뇌관 폭발…‘김건희 리스크’ 현실화

유정인·유설희 기자 2023. 12. 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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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밀리면 치명상 ‘거부권’ 강수…사실상 총선 1라운드
민심 악화 불가피…여당 ‘한동훈 비대위 체제’ 안착 부담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 도입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주요 위험요소로 꼽혀온 ‘김건희 리스크’가 현실화했다. 총선을 100여일 앞둔 시점에 ‘김 여사 특검 정국’으로 급속한 재편이 이뤄지게 됐다. 윤 대통령은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혀 ‘방탄 거부권’ 행사를 둘러싸고 파장이 확산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 등 여권과 야당의 총선 셈법이 맞부딪치는 극한 대치의 총선 1라운드가 시작됐다.

김 여사 특검법안 통과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며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나선 여권에 중대 악재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제기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예민한 시점에 폭발했다. 윤석열 정부의 사활이 걸린 총선을 앞두고 그간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은 대통령 부인 의혹이 덩치를 불려 돌아온 셈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속전속결로 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힌 데는 수세적 입장을 탈피하려는 정치적 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특검은 여야 합의로 처리해왔고 야당이 (특검을) 임명한 경우에도 여야 합의로 했다”면서 “이렇게 선거 직전에 노골적으로 선거를 겨냥해서 법안을 통과시킨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법안 처리 시점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서 거부권 명분으로 삼았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때부터 이미 연말이 처리 시한으로 예고돼 있었다.

‘김건희 특검법’, 여당 없이 통과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의지 표명은 시점과 형식 면에서 이례적이다. 앞서 세 차례 거부권을 행사할 때는 행사 시한(이송 뒤 15일) 만료 직전, ‘여당 건의→국무회의 논의→거부권 재가’ 형식을 취했다. 배우자의 주가조작 의혹 등을 다루는 특검법을 두고 즉각 거부권 행사 의지를 밝히면서 방탄용 거부권 행사라는 여론의 비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즉각적인 대응에는 총선에서의 유불리에 대한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 특검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인 난제로 여겨져 왔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여론 악화를, 특검을 수용하면 대통령 배우자 수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등 여권은 이 중 실제 수사가 이뤄질 경우의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권에 불리한 이슈의 지속 시한이 특검 수사 때보다 짧아질 거라는 셈법이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선제적 대응은 지지층과 여당의 합치된 대응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동훈 비대위 안착 과정에서 이 문제로 균열이 발생할 여지를 줄이면서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방탄 거부권 행사에 대한 민심 악화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특검에 찬성하고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게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인 ‘대쪽 검사’ 이미지와 정치적 화두인 ‘공정과 상식’이 배우자 의혹 앞에서 훼손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향후 정국에서 ‘김건희 특검’ 필요성,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 문제를 두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예상된다. 이번 사안은 총선이 있는 2024년 새해의 주요 ‘메가 이슈’로 기선잡기 성격이 있는 만큼 양측의 치열한 여론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 등에 나타날 민심의 향방이 윤 대통령의 ‘정치적 득실 계산’의 1차 성적표가 될 예정이다.

유정인·유설희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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