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편향된 대일관’···터질 게 터졌다
필진 대부분 현역 군인, 자문도 군 출신…5년 전엔 학계 참여
대통령실, 교재 관련 범정부 회의 열기도…국방부 “전량 회수”
올해 국방부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가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된 것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편향된 역사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 장관은 “이완용이 매국노였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발언한 적 있다.
교재 집필진으로 현역 군인이 대거 참여한 점도 눈에 띈다. 주적인 북한에 대항해 일본은 협력해야 할 아군이라는 군사적 관점이 한·일 간 민감한 현안을 서술하는 부분에까지 경직되게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28일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가안보실 주재 범정부 회의가 열려 군 정신전력교육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책임론이 대통령실에 옮겨붙을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는 이날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이른 시일 내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한 교재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교재 집필이 지난 10월 신 장관 취임 이전부터 진행됐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책임론을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신 장관은 일본에 대해 편향적 인식을 보여왔다. ‘조갑제닷컴’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신 장관의 2019년 8월 보수단체 집회 연설문에는 “이완용이 매국노였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나와 있다. 그는 2020년 7월 친일 행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백선엽 장군에 대해 “간도특설대 근무한 건 맞는데 1943년 무렵 만주지역에는 항일세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육군사관학교 경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도 신 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장관은 지난 9월 홍 장군에 대해 “김일성 공산당의 뿌리가 되는 공산당 당원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SBS 보도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지난 8월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장병 정신전력교육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범정부 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실, 국방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안보전략연구원의 차관급과 국장급 등이 모였다. 정신전력 기본교재 핵심 집필진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신전력 교재를 군인뿐만 아니라 국민 대상 안보교육 참고서로 검토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필진 규모가 커지고 주로 현역 군인으로 채워진 점도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교수 총 3명이 참여했던 5년 전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교재에 명시된 집필진은 총 10명으로 국방부 김수광 정책기획관, 김성구 정책기획차장, 추동호 정신전력문화정책과장 등 현역 군인 6명 등이다. 집필진이 편하게 의견을 내놓으며 토론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교재 감수에는 우경석 국방부 국제정책차장과 국방정신전력원·국방대 교수, 한국국방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서강대·한양대·서울교대·서경대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교재 자문위원으로는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공보정훈실장, 예비역 육군 준장,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8명이 참여했다. 5년 전 교재 자문은 대학교수 등 학계 전문가들이 맡았다.
국방부는 외교부에 자문하는 절차도 밟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자료지만 한반도 역사와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 등이 담긴 만큼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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