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지역 언급 자체가 영토주권 부정’…광복 이후 지켜온 정부 입장 뒤집어

박은하 기자 2023. 12. 2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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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수립 초기부터
“독도, 사법 재판 대상 아냐”
일 정부 “한국이 무단 점유”
ICJ에 줄곧 중재 시도해와
서양인이 제작한 18세기 지도에도 ‘독도는 한국 땅’ 스페인 마드리드 의회 상원도서관에 소장된 ‘조선왕국전도’에 독도가 표시돼 있다. 1737년 프랑스 지리학자가 제작했다. 서양인이 제작한 지도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조선왕국전도’는 독도가 조선 영토임을 보여준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한국의 영토주권에 대한 부정이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것이란 입장을 갖고 대응해왔다.

국방부의 ‘독도 분쟁지역’ 표기는 이 같은 기존 정부 입장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한국은 정부 수립 초기부터 독도는 외교적 중재나 사법 재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독도 문제를 식민지배로 강탈당한 주권을 되찾아오는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승만 라인’ 혹은 ‘평화선’ 선포다.

1951년 9월 연합군과 일본 간 태평양전쟁의 공식 전후처리 협정인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서명됐다. 이 조약에는 독도 문제가 언급돼 있지 않았다. 앞서 1945년 8월 일본의 패망 이후 군정을 실시하게 된 도쿄 연합군사령부는 연합군 최고사령관 각서 677호를 발령해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일본 영토에서 분리했다. 이후 연합군 최고사령관 각서 1033호에 따라 일본 선박의 독도 인근 해역 출입을 금지했다. 조약 발효 후 이 각서들이 무효화되는데 독도 문제가 모호하게 처리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조약 발효 전인 1952년 1월 독도가 포함된 60해리 이내를 영해라고 국제사회에 선포했다. 이후 1965년 한일어업협정 체결 전까지 영해 침범 혐의로 일본 어선 326척이 나포되고 일본인 3094명이 체포됐다.

1965년 한일협정에서도 독도 영유권이 첨예한 문제가 됐다. 양국은 기본조약에는 독도를 언급하지 않는 대신 4개의 부속 조항에 “한국이 점거한 현상을 유지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일본 정부의 근본 입장은 바뀌지 않았지만 한국이 독도에 대한 실효지배를 굳힌 계기로 평가받는다.

1998년 9월 한일어업협정 재개정을 계기로 독도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국제 해양법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해안선에서 200해리로 규정했는데 한·일 양국 간 해역이 400해리 이내라 EEZ가 겹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독도가 양국 공동수역에 포함됐다.

국내에서 비판이 일었지만 영토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한국 정부 입장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한국이 일본 영토인 독도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방위백서에는 2005년부터 해마다 “우리 나라(일본)의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쿠릴 4개섬)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올해 방위백서에는 러시아 군용기가 2019년 독도 영공을 침범한 일을 두고 자국 영공 침범이라고 기술했다.

2014년 일본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일본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는 내용이 수록됐다. 2017년 문부과학성 지침을 개정해 올해부터는 교과서에서 독도 기술을 ‘일본 영토’ 대신 ‘일본 고유의 영토’로 통일하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독도 홍보에 27억엔을 책정했다. 또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 중재를 통한 해결을 주장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021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독도를 ICJ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ICJ에 제소하려면 분쟁 당사국이 모두 동의해야 하는데, 한국이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내부 여론용이라며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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