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분쟁지’…어느 나라 국방부인가
국방부가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에 맞서 독도는 한국의 고유 영토이며 분쟁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정부 입장에 반하는 내용이다. 교재에 담긴 한반도 지도에는 독도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영토를 지켜야 할 국방부가 스스로 영토주권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방부가 5년 만에 발간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의 ‘독도 영토분쟁’ 내용은 ‘한·미 동맹의 가치와 필요성’ 단락에 등장한다. 교재에는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독도를 센카쿠열도, 쿠릴열도와 동일선상에서 바라본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정권을 불문하고 지난 수십년간 고수해온 입장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독도는 명백히 한국의 영토이며 영토분쟁 대상 지역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이번 교재에 실린 한반도 지도 11개 중 독도를 표기한 지도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울릉도와 독도 모두 표기되지 않거나 울릉도는 있는데 독도만 빠진 경우도 있었다. 특히 임진왜란의 전개를 설명하는 지도에는 울릉도만 그려져 있다. 양국 간 역사·영토 문제에 대한 언급도 모두 삭제됐다. 교재에선 미국·일본과 연대·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서술하며 “일본과는 신뢰 회복을 토대로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미래 협력과 동반자적 관계 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 등 한·일 협력만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간 이어져온 현안을 지나치게 경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BS 보도에 따르면 기본교재 작성 과정에서 대통령실 안보실장 주재 범정부 회의가 수차례 열렸고, 이 교재를 활용해 장병뿐 아니라 일반 국민 대상 안보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의에는 교재 집필진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크게 질책하고 즉각 시정 등 엄중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대통령실 입장이 나온 뒤 전량 회수 방침을 밝혔다. 국방부는 오후 1시쯤 기자단 공지를 통해 “전량 회수하고 집필 과정에 있었던 문제점들은 감사 조치 등을 통해 신속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강제동원 문제부터 후쿠시마 핵오염수 문제까지 일본에 퍼준 것으로 부족해서 우리 영토인 독도까지 팔아넘기려는 속셈인가”라며 “당장 신원식 장관의 책임을 물어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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